탱자나무

by 루아 조인순 작가

가을과 함께 찾아간

장수 황 씨 종택

고택 앞 들녘은 황금물결이 손을 흔든다.

길가엔 코스모스가 몸을 흔들며 수줍게 웃고

힘겹게 세월을 이고 있는 고택은

대문을 활짝 열고 나그네를 맞는다.

고택 앞뜰에 서 있는 탱자나무

노랗게 익은 탱자가 주렁주렁 매달렸다.

탱자나무는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것일까.

고택에 들어서니

지나온 세월을 이야기하듯

상큼하고 달콤한 탱자향이 말을 걸어온다.

주인은 떠나가고 없지만

오랜 세월 묵묵히 고택을

혼자 지켜온 탱자나무

사백 년의 무수한 낮과 밤을 홀로 보내면서

떠나간 옛 주인이 그립지는 않았는지

가을 햇살에 탱자가 더욱 샛노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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