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지문

by 루아 조인순 작가

행복한 병을 앓고 있는 친구의 엄마

어린아이가 되어

간식을 더 먹겠다고 우기고

밥을 금방 먹고도 안 먹었다고 우긴다.

아기도 아닌데 변을 싸서 뭉갠다.

전에는 집안 가득 꽃향기가 났는데

이젠 꽃향기 대신 구린내가 난다.

그녀는 엄마를 강제로 욕실로 끌고 가 거칠게

옷을 벗기고 몸에 묻은 변을 닦아낸다.

역겨운 냄새 때문에 구토가 올라온다.

안 씻겠다고 몸부림치는 엄마를

강제로 누르고

가만히 있으라고 등짝을 후려친다.

제발 꿈이기를 바라지만 꿈은 아니다.

그녀를 업어 키우신 엄마의 등짝에

벌겋게 찍힌 손바닥 지문

죄책감에 혀를 깨물고 죽고 싶고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 수가 없다.

오늘도 그녀는

엄마의 등짝에 손바닥 지문을 찍었다.

동백꽃처럼 붉게 피어나는 지문 위로

아리고도 슬픈 서러움이 뚝뚝 떨어진다.


오래 사는 것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오늘도 그녀는

잠자리에 드는 엄마의 손을 잡고 애원한다.

-엄마, 제발 오늘밤엔 그만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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