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보리

by 루아 조인순 작가


새벽길을 달려 고창 청보리밭에 도착하니 보리밭이 푸른 바다처럼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봄바람이 보리밭에서 달리기를 하자 싱그럽고 풋풋한 보리향이 났다. 가끔은 고향의 향기도 지나간다. 정서적 감흥에 젖어 보리밭을 한참을 보고 있으니 파도가 치는 것 같아 마치 바닷가에 온 것 같다. 옆에는 노란 유채꽃이 활짝 펴서 대조를 이룬다. 노란색과 녹색의 조합이 기가 막히다.


보리는 이제 막 이삭이 올라오고 있고 유채는 한창이다. 보리는 종류가 많다. 쌀보리, 겉보리, 맥주보리 등등 여러 가지가 있다. 주로 겉보리는 엿기름을 만드는 용으로 사용했고, 쌀보리는 방아 찧어 먹었다. 이곳 학원농장에서는 겉보리만 심는다고 했다. 겉보리가 생육도 활발하고 보기도 좋다고. 예쁘긴 하다.


대개 사람들은 ‘청보리’하면 청보리 씨가 따로 있는 줄 아는데 그게 아니다. 보리는 4월 중순에 이삭이 나와서 5월 중순에 누렇게 익기 시작하기 전까지가 가장 멋지고 아름답다. 이 시기를 보리의 청춘기라고 해서 ‘청보리’라고 한다. 보리도 사람처럼 청춘기가 있는 것이다. 누렇게 익은 보리는 6월 중순에 수확한다.


그리고 보리를 10월 중순에 파종하면 11월 말에 파랗게 자란다. 언뜻 보면 잔디밭처럼 보인다. 어린 보리를 보고 사람들이 보리밭에 들어가 뛰어다닌다고 했다. 들어가지 말라고 하면 보리밭은 밟아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묻는다고.


참고로 보리밭 밝기는 가을이 아닌, 봄에 한다. 추운 겨울에 땅이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면서 봄에는 땅이 카스텔라처럼 푸석푸석 해진다. 연약한 보리뿌리가 들떠있다. 그것을 봄에 밟아주는 것이다.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잘 자랄 수 있도록 밟는 것이다. 그리고 요즘은 보리밭 밝기는 기계가 되신 함으로 사람이 밟지 않아도 된다.


겨울에 보리밭은 찾는 사람들도 보리밭이 온통 흰 눈으로 덮여 있으니까 아무것도 없는 줄 알고 보리밭을 밟고 다니며 눈썰매를 탄다고 한다. 그 또한 보리가 눈 속에 자라고 있으니 밟으면 안 된다.

어쨌든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보리밭에 가거들랑 절대로 들어가지 마시길. 그리고 겨울에는 보리가 눈 이불 덮고 쿨쿨 자고 있으니 겨울에 보리밭을 찾는 독자들도 눈썰매를 타지 마시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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