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을 만들지 말라, 미워하는 사람도 만들지 말라, 사랑하는 사람은 못 만나 괴롭고, 미워하는 사람은 만나서 괴롭다.’ 법구경에 나오는 말이다. 우리가 한평생 살면서 만나고 싶은 사람만 만나고 살 수는 없다.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행운아이거나 아니면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게 아니고, 태어나 평생 아무도 만나지 않고 무인도에서 혼자 사는 사람일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만나고 싶은 사람보다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더 많이 만나고 산다. 나 또한 예외가 아니라 껄끄러운 사람을 피한다고 하지만 그렇지가 못하다. 길에서 유연히 마주친 지인을 보고 못 본 척 고개를 돌리고 가는데 어느새 뒤따라와 인사를 한다. 나는 ‘또 시달리겠구나. 오는 일진이 나쁘군.’ 이렇게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옆에 바짝 붙어서 끝까지 따라오며 잠시도 쉬지 않고 떠들어 댄다. 대게 아이들과 남편 자랑으로 시작해서 시어머니 욕으로 이어진다. 나는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편인데, 듣기 좋은 말도 한두 번이지 그 지인을 만나면 머리가 흔들린다. 그리고 하루 종일 기분이 나쁘다.
사람 사는 것은 모두가 거기서 거긴데 특별할 것도 없는 아이들과 남편 자랑은 왜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다. 난 내가 대통령 부인이라 해도 자랑할 게 없을 것 같다. 나 자신이 대통령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족을 내세워 자랑하는 사람을 보면 남의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아 듣기 거북하다. 그렇게 자랑하는 남편을 낳아준 시어머니 험담과 욕은 왜 하는지 모르겠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자신만이 지고 가야 할 삶의 짐이 있다. 태어나면서 운명적으로 져야만 하는 짐과 자신의 선택에 의해서 생긴 짐이 그것이다. 싫든 좋든 그 짐은 혼자서 지고 가야 한다. 그 누구도 그 짐을 대신 저줄 수가 없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몫이기 때문이다.
난 내가 그녀의 감정 쓰레기통이 된 것 같아 불쾌해서 한마디 했다. ‘그렇게 맘에 안 들면 뒤에서 말하지 말고 시어머니 얼굴을 보고 똑바로 이야기하라고, 그리고 정면에서 말할 자신이 없으면 그냥 팔자려니 하고 참고 살라고’ 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이 지고 가야 할 인생의 짐이 있는데, 그것은 댁이 지고 가야 할 짐인 것 같다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다 보면 속내를 어느 정도는 보여야 하지만, 상대가 묻지도 않은 자신의 집안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어지간하면 안 했으면 좋겠다. 우리의 뇌는 희열을 느낄 때 가장 행복해한다. 그리고 더욱더 자극적인 희열을 갈망한다.
그러므로 우리의 뇌는 불행한 것을 참기 힘들어한다. 나쁜 이야기를 계속 듣게 되면 우울해지는 것이 그 때문이다. 남의 자랑도 별로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나왔겠는가. 사적인 모임에서 묻지도 않았는데 유난히 자신의 집안 얘기를 많이 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것은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