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산 Mar 01. 2023

35세 직장인 중증 자폐인

30대가 된 자폐인은 어떻게 살아가는가

형과 내가 어렸을 적, 문득 엄마는 그런 궁금증이 들었다고 했다. ‘30대가 된 자폐인은 무얼 하고 지낼까. 그리고 그 가족, 특히 형제자매는 또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아마 기대와 걱정, 그 사이에서 나온 궁금증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현재 자폐아동과 그 형제자매를 키우고 있는 다른 부모들도 마찬가지일 게다.


하지만 30년 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사례가 많지는 않다. 긍정적 사례든 부정적 사례든, 절대적으로 양이 부족하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그 사례를 늘려보고자 한다. 올해로 35살이 된 우리 형이 현재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를 얘기함으로써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형은 열심히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학생 시절 다니던 특수 대안학교에서 직원으로 일한다. 학교 안에 있는 카페에서 근무를 하기도 하고, 간혹 학생들을 관리하는 업무도 맡는다. 근무시간은 대부분의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9시 출근-6시 퇴근이다. 통근은 혼자 알아서 지하철과 버스로 하고 있다. 한때는 학교 재단에서 운영하는 케이터링 업체에서 일했는데, 그 당시에는 무려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출근을 했다. 심지어 한 번도 지각을 한 적도 없었다. 당시 대학생으로서 매번 지각을 일삼았던 나는, 그런 형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사실 형은 장애 정도가 심한 중증 자폐인이다.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가능하나, 그 이상은 힘들다. 특히 감정 교류(ex: 말속에 담긴 감정 파악)에 어려움을 겪어, 종종 ‘사고’를 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은 별생각 없이 한 말을, 자신을 혼내는 걸로 받아들여 소리를 지르거나 발을 구를 때가 있다. 다행히 그 순간이 집에서 일어난다면 별 문제가 아니지만, 직장 혹은 대중교통 안에서 발생한다면? 그 순간은 곧 사고가 된다. 자기 분에 못 이겨 의도치 않게 나오는 폭력과 소음으로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 그 결과 나와 엄마는 몇 번 경찰서에 가기도 했다.


이런 중증 자폐인 형이 경제활동을, 그것도 성실히 할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엄마의 부단한 노력 덕분이었다. 어느 유치원도 형을 받아주지 않았을 때는, 경기도 광명에서 강남까지 매일을 오가며 유치원 시간만큼 형이 놀이치료를 받게 해 줬다. 초등학생 때는 모든 교육 과정을 본인도 함께 하며 형을 가르쳤다. 아예 같이 수업을 듣기도 했고, 매일 방과후에 같이 복습을 했다. 덕분에 형은 그 시기에 기초적인 상식, 기본적인 의사소통 능력 그리고 사회성을 기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 생긴 영어에 대한 흥미는 지금까지 이어져, 기본적인 대화 정도는 가능한 수준에까지 이르게 됐다. 중고등학생때는 앞서 말한 특수 대안학교에 입학하며 본격적으로 직업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졸업 후 직장까지 연계된 몇 없는 특수 대안학교였다. 이 학교를 찾기 위해 엄마는 정말 말 그대로 두 발로 뛰어다녔다. 입학 후 한시름 놓은 듯한 엄마의 얼굴은 대략 15년 만에 처음 보는 안도의 얼굴이었다. 물론 그 이후로 탄탄대로만은 아니었다. 일자리의 숫자적 한계상 모든 학생이 취업을 할 순 없었다. 형은 업무 능력을 증명해야 했다. 평상시에는 무리 없이 증명을 해냈지만, 몇몇의 돌발행동(사고)은 위기를 불러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엄마는 고개를 숙이며 기회를 다시 얻어냈다. 이후 형에게는 당근과 채찍(형이 좋아하는 야구 관련)을 적절히 사용하여 다시 증명의 길에 서게 했다. 그렇게 형은 졸업 후 바로 취업을 할 수 있었고, 지금은 자기가 번 돈으로 자기가 먹고 싶은 걸 먹고, 하고 싶은 걸 하는 나름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중이다.


3월이면 형이 일한 지 15년이 된다. 지금은 따로 살아서 자주 못 보는데, 형이 좋아하는 야구팀의 굿즈라도 하나 사서 찾아가야겠다.


p.s. 다음 글은 엄마의 두 번째 궁금증, ‘자폐인의 형제자매는 어떻게 살고 있나’와 관련해서 자폐인 형을 둔 동생으로서 나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재우 삼촌과 우리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