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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나우 Oct 23. 2022

재수 없지만 재수 없이 합격했습니다

브런치 작가 신청 단번에 붙은 재수 없는 사연

 자랑할 것이 그닥 없는 인생에 자랑할 것이 하나 생겼습니다. 그건 바로 브런치 작가 신청에 한 번에! 땋! 단 박에! 땋! 하고 붙은 것이죠. 네 맞아요, 재수 없이요. 저도 궁금해서 이렇게 글까지 쓰고 있어요. 아니 뭐가 어떻게 된 거지? 합격이니 통과니, 이런 운은 정말 없는 사람이거늘. 이미 많은 분들이 재수 없이 합격하셨을 텐데 왜 또 재수 없는 이야기를 하냐고 물으신다면 그저 조금 자랑하고 약간 공유하고 이왕이면 라이킷도 더 받고 싶어서라고 솔직하게 말하렵니다. 하하핫. 


 계정을 만들고 이용 방법도 모르는 상태로 첫 글을 쓴 뒤 저장은 했지만 어라? 발행이 왜 안 되는 거예요? 서랍에 있는 글은 어떻게 꺼내는 거예요? 우왕좌왕하다가 작가 신청서를 내고 덜컥 합격 소식을 듣기까지 채 10일이 안 걸린 것 같아요. 하지만 신청서를 내고 확신이 없었기에 제 마음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글 쓰는 플랫폼을 늘릴 때마다 진지했던 나이지만...


 그런데 브런치 작가가 되어 글 발행이 가능해졌다는 소식을 듣고는 참 담담하게 놀랐어요. 마음 한 켠에서는 될 거라는 생각이 있었던 건지, 마구 신나기보다는 차분하게 가라앉는 기분이었습니다.


어, 이제 안 쓸 수가 없잖아. 게으름 피울 핑계가 하나 날아가버렸다. Aㅏ...

 


 합격의 이유를 헤아려봤죠.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여기저기 글을 쓰며 살아온 인생 이력이 큰 몫을 했것이고, 실상 뭣도 없으면서 굉장히 부풀려 쓴 계획서 덕일 수도. 혹시라도 궁금해하시거나 참고하실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공유해볼게요. 약간의 수정이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았습니다.



신청서

N 년 넘게 M사 S사 K사 등 방송 작가로 일하며 먹고살고 썼습니다. 그 와중에 XX 공모전 수상도 해보고요. (중략)... 애국하려는 마음은 없었지만 저출산 시대에 바람직하게도 아이 셋을 낳았고... 플로리다로 와서 3년간 살았어요. 그동안 못 한 이야기, 웃기고 슬프고 약간은 유용한 이야기가 너무 많아 글 주머니가 터질 지경입니다. (진짜?)


계획서

태양이 가득한 플로리다에 삼 남매와 살며 겪은 재밌거나 유용한 이야기가 핵심입니다. 돈 한 푼 안 들이고도 영어가 늘게 된 비법, 외국인 친구들 이야기, 인생 공부, 미국 50개 주 몽땅 여행을 목표로 살면서 엑셀이 부서져라 짰던 피와 땀 냄새 가득한 여행 계획들, 벅차거나 어이없었던 여행 후기들, 이방인으로 가난하지만 할 건 하면서 사는 요령 등등. 빌 브라이슨의 '나를 부르는 숲'처럼 유쾌하고 재미있는 글들을 공유하고 싶어요.



 옮겨 적고 보니 더욱더 별것 없는데 거품만 낀, 삼겹살 두 근을 샀는데 비계가 한 근 반인 신청글이 아니었나 싶은데요. 그 헛헛한 느낌을 무마하고 내 말이 진짜임을 증명해보고자 공모전 수상 관련 기사 링크를 하나 첨부했었어요. 그것 역시 일말의 도움이 됐을 수도 있겠지만 - 제 추측은 이렇습니다. 관대한 브런치 심사단 관계자들이 마침 배고픈 시간에 제 신청서를 읽어서


"얼른 끝내고 식사하러 가시죠. 그냥 패스? 콜!"


 이런 기막힌 타이밍 덕이었을... 리는 없겠죠. (불순한 상상 죄송합니다. 실은 그저 옴나위없는 행운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직 헤매고 있는 중이지만, 신청서에 적은 대로 해봐야죠. 새 브런치 메뉴 잘 만들어서 널리 독자들을 이롭게 하라는 합격의 뜻을 손끝에 새기고. 새벽 2시, 또 한 번 자판을 두드려보았습니다.   

 

키웨스트에서 탐낸 헤밍웨이 타자기. 갖고 싶다... 갖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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