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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죽계 Nov 02. 2023

변덕이 죽 끓듯 한다 유래

‘변덕이 죽 끓듯 한다’에서 왜 하필 죽일까?


변덕(變德)이란 말은 사람의 성격이 이랬다저랬다 하면서 시시때때로 변하여 종잡기 어려운 성질을 말한다. 그러므로 변덕스럽다는 말은 별로 좋지 않다는 뜻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표현을 직접적으로 하면 듣는 사람도 매우 기분이 나쁠 뿐만 아니라 너무 직설적이라 말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도 별로 재미없는 문장이 된다.          

따라서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이런 말을 할 때 사람들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물 현상의 성질에 빗대어서 표현하는 것을 아주 잘했다.

예를 들면 날씨가 흐렸다 개었다 하면서 종잡을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미친년 속치마 같다’, 혹은 ‘금달래 속치마 같다’고 한다든지 하는 식이다. 또한, 크고 우람한 소리를 우렛소리 같다고 한다든지 분해서 이가 갈린다는 말을 할 때는 송곳 같은 이가 맷돌 같이 갈린다고 하는 식 등이다.


이렇게 하면 그냥 직설적으로 할 때보다 훨씬 여유가 생기고 말의 강도도 줄어드는 듯한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아주 현명한 말솜씨인 셈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우리 선조들은 수사법의 천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자! 이제 변덕으로 다시 돌아와 보도록 하자.

변덕을 왜 하필이면 죽에다 비유했느냐 하면 그것은 죽의 성질 때문에 그렇다. 죽(粥)은 밥을 할 때 보다는 물을 많이 부어서 곡식을 오래 끓여 알갱이가 흠씬 무르게 만든 음식이다.     

변덕이 죽 끓듯 한다는 말에서 변덕을 죽에 비유하기는 했지만, 그중에서도 끓는 것에 비유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죽이 끓는 모양과 변덕이 비슷하다는 것에서 이런 표현을 만든 것인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밥을 살펴보자.

적당한 물을 부어서 밥을 할 때 끓는 모양을 보면 어느 정도 끓어서 물이 잦아들기 시작하면     

끓는 곳이 일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밥이 끓을 때는 물이 잦아들면서 밥과 밥 사이에 생긴 구멍이 정해지게 되어서 일정한 곳으로만 끓는다. 그러므로 밥이 다 된 후에 보면 끓었던 구멍이 여러 곳에 남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죽은 그렇지 않다.

죽은 물이 잦아들지 않기 때문에 끓을 때는 언제나 내용물과 물이 한데 범벅이 되어서 끓게 된다. 그런데, 내용물인 곡식과 물이 한데 엉겨서 끓다 보니 공기로 인해 생기는 수포와 더불어 퍽퍽 소리를 내면서 요란스럽게 끓어오르는데, 끓어오르는 구멍이 일정하지 않고 아무 데서나 마구 푹푹 튀어 오른다는 것이다.


즉, 죽이 끓는 모양을 보고 있으면 언제 어느 방향에서 끓어오르면서 거품이나 물을 튀길지 전혀 예측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인해 사람의 성격이 괴팍해서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변덕을 부리는 사람을 보고 변덕이 죽 끓듯 한다고 말하게 된 것이다. 참으로 재미있는 표현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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