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행궁과 화성 답사

by 죽계

한파가 온 날 水原 行宮과 華城 나들이


國文四人의 2026년 1월 22일 새해 첫 나들이는 경기도 수원에 있는 화성행궁과 화성을 한 바퀴 돌면서 유적을 답사하는 일정으로 잡았다.


정조는 어머니 惠慶宮의 회갑을 맞아 아버지 思悼世子의 능이 있는 수원에서 잔치를 베풀었다. 원래 수원 관아였던 곳을 개조하여 행궁으로 만들어서 사용했는데, 화성행궁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모든 건물의 명칭에 정조의 효심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서 눈길을 끈다.


행군의 정문은 新豐樓인데, 어머니를 향한 효심이 가장 적나라하게 나타난 이름이다. 漢 나라를 세운 劉邦은 洛陽을 도읍지로 하고 부친을 모셔다 궁궐에서 지낼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부친이 고향인 沛縣 豐邑을 그리워하는지라 풍읍과 똑같은 거리를 만들어서 그곳을 신풍이라 이름했다. 그 뒤에 이 이름은 부모를 향한 지극한 효성을 나타내는 대명사로 되었다. 어머니를 향한 효심을 강조하기 위해 정조께서는 정문에 이런 이름을 붙였다. 원래 이름은 鎭南樓였다.


奉壽堂은 행궁의 정전으로 정조께서 머무는 곳이면서 혜경궁의 회갑연을 열었던 곳이다. 옛날에는 사람이 天壽를 다하는 나이로 세 가지(三壽)를 설정했데, 上壽, 中壽, 下壽가 그것이다. 상수는 120세, 중수는 100세, 하수는 80세인데, 이 세 가지 수명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죽으면 그것은 모두 夭折한 것으로 보았다. 아마도 그때는 1년이 6개월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혜경궁이 머무르던 건물의 이름은 長樂堂인데, 이것은 ‘長樂未央’에서 온 말이다. 큰 즐거움(長樂)이 절반도 지나지 않았다(未央)는 뜻으로 황제 혹은 임금의 어머니가 머무는 처소를 가리킨다. 이 역시 어머니를 향한 효심을 잘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長樂未央宮은 황제의 어머니인 太后가 머물던 곳을 지칭하는 것이었다.


노래당에서 봉수당으로 가는 문이 三壽門인데, 바로 이런 사연을 강조하기 위해 붙여진 것으로 보인다. 老來堂은 봉수당의 북쪽에 있는 건물인데, 이것 역시 정조의 효심을 잘 반영하고 있다. ‘來(올 래)’는 원래 한해살이풀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로 명아주, 보리, 밀 등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나중에 ‘오다’라는 뜻으로 假借되었다. 그래서 명아주는 ‘萊’로 되었고, 보리는 ‘麥’으로 되었다. 특히 노래라는 말은 70이 되어서도 부모를 위해 색동옷을 입고 춤을 추었던 老萊子의 고사와 연결된다. 그러므로 늙음이 온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안 될 것으로 보인다. 나이가 들어서도 어머니를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는 정조의 마음을 잘 나타낸 것이다.


팔달산은 행궁의 서쪽에 있는 수원의 鎭山으로 華城將臺가 있다. 이곳에서 동서남북이 모두 한눈에 들어온다. 화성의 지휘관이 머물면서 지키는 곳이다. 자연의 경관과 잘 아우러져서 매우 아름답다. 이곳부터 산성 길을 따라가는 길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성곽에는 砲樓, 鋪樓, 雉, 暗門, 門, 空心墩, 水門, 角樓 등이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서 있다. 砲樓는 포를 설치한 곳, 鋪樓는 군사들이 머물면서 감시활동도 하고 휴식을 하는 곳이고, 바깥으로 튀어나온 곳에 설치한 雉는 성벽에 붙어서 공격하려는 적은 화살로 쏘기 위한 옹벽이다. 門은 성을 대표하는 것으로 長安門, 八達門이 북문과 남문이고, 華西門, 蒼龍門은은 서문과 동문이다. 암문은 적군 몰래 물자를 들여오거나 비밀리에 드나들 수 있는 작은 문이다.


수문은 북에서 남으로 흐르는 수원천 위에 만든 것이다. 북수문인 華虹門이 매우 아름답다. 각루는 성곽의 모서리 높은 곳에 세워서 주변을 감시하고 군사를 지휘하는 곳이다. 東北角樓가 가장 아름답다. 동북각루는 ‘訪花隨柳亭(傍花隨柳亭)’이라는 현판이 있는데, 옛사람의 시에서 따온 말이다. 중국 송나라의 道學者인 程顥(程明道)의 시에 春日遇成이 있는데, 작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구름은 옅고 바람은 가벼운 낮 무렵에, 꽃을 옆에 두고 버들 따라 앞 시내를 건너니, 내 마음의 즐거움을 모르는 당시 사람들은, 아이들의 게으름이나 배워서 흉내 낸다고 말하네(雲淡風輕近午天, 傍花隨柳過前川, 時人不識余心樂, 將謂偷閑學少年). 봄날의 흥취를 단순히 즐기는 것이 아니라 도학자의 자연관을 아주 잘 드러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방화수류정에서 북쪽을 보면 수원천과 용연을 장식한 버드나무와 시내의 아름다운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절경이다.


장안문에서 長安은 치세가 오래 계속되고, 백성이 편안하다(長治安民)는 표현에서 온 말인데, 나라와 백성을 사랑하는 군주의 마음이 잘 반영된 이름이다. 화성의 북문이다. 남문인 팔달문은 사방과 팔방으로 모두 통한다는 뜻으로 삼남 지역으로 가는 관문이라고 할 수 있다. 동문인 蒼龍門에서 창룡은 푸른 용이 아니라 큰 용이라는 뜻이다. 정조의 포부를 잘 반영한 이름이다. 華西門은 화성의 서문이다.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매우 추운 날씨였지만 10킬로가 훨씬 넘는 길을 걸었다. 함께 한 벗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20260122_122749.jpg
20260122_123045.jpg
20260122_123351.jpg
20260122_123605.jpg
20260122_124408.jpg
20260122_130514.jpg
20260122_130834.jpg
20260122_133224.jpg
20260122_133433.jpg
20260122_133434.jpg
20260122_135647.jpg
20260122_144324.jpg
20260122_144325.jpg
20260122_144815.jpg
20260122_145437.jpg
20260122_145438.jpg
20260122_145551.jpg
20260122_145635.jpg
20260122_145636.jpg
20260122_151808.jpg
20260122_151809.jpg
20260122_170653.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겨울의 경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