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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죽계 Nov 01. 2023

가는 날이 장날 어원

가는 날이 장날에 대한 이해

가는 날이 장날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는 속담 표현 중에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서로 반대되는 두 가지의 의미로 풀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나는 뜻밖의 행운처럼 긍정적인 의미로 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하려던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을 만난 상태인 부정의 의미로 쓰는 것이 그것이라고 말한다. 이 속담을 처음 사전에 등재한 사람은 문세영(文世榮)인데, 1938년에 편찬한 �조선어 사전�이 그것이다. 여기에 긍정과 부정 두 가지를 등재하는 바람에 사람들이 혼동을 일으키게 된 것으로 보인다. 추정하건대 당시에 편찬자가 무엇인가를 착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실제 생활에서는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이 속담의 정확한 표현은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이다. ‘라더니’에는 두 가지 어감이 들어 있다. 하나는 누군가가 한 말을 가져다가 쓴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뒤에 부정의 의미가 나온다는 것이다. 이것과 더불어 이 속담이 형성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과거 우리 사회에서 있었던 ‘장날’이라는 의미를 함께 살피면 좀 더 분명하게 이 뜻을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장날을 보자.     

장날은 마당, 공간 등의 뜻을 가지는 한자 ‘場’과 우리말 ‘날’이 합쳐진 것으로 ‘장이 서는 날’이다. ‘장’은 여러 사람이 모여서 다양한 물건을 사고파는 곳인데, 장터, 혹은 장마당 등으로도 불린다. 우리 사회에서는 오래전부터 사람이 모이기 좋은 공간을 골라 주기적으로 장을 열었는데, 5일에 한 번씩 열리는 오일장이나 3일에 한 번씩 열리는 삼일장 등이 있었다. 주로 오일장이 열렸는데, 부근의 다섯 개 지역을 하나로 묶어서 5일 단위로 번갈아 가면서 열었다. 이러한 장을 돌아다니면서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을 장돌림, 혹은 장내기, 장돌뱅이라고 했다. 장날은 장돌뱅이와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모여서 필요한 물건을 사고팔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번화한 곳이며, 누구나 가보고 싶어 하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어린 아이들은 어머니를 따라 장에 가는 것을 매우 좋아하곤 했다. 신기하면서도 갖고 싶은 것을 사 달라고 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었다. 요즘 아이들이 어머니를 따라 마트에 가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말이 생겨난 유래는 다음과 같다. 어떤 사람이 꽤 멀리 떨어져 사는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려고 상당히 먼 길을 갔는데 만나지 못했다. 그날이 마침 친구가 사는 지역의 장날이라서 장에 가고 집에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만나지 못하고 돌아서면서 ‘가는 날이 장날이로군’이라는 말을 되뇌었고 그것이 사람들의 입을 타고 유행하면서 무엇인가를 하려다가 잘 안 되거나 낭패를 보게 된 경우에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라는 속담으로 굳어졌다. 따라서 이 표현의 뒤에 나오는 말이나 상황은 긍정적일 수 없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음식점이 쉬는 날인지 모르고 밥을 먹으러 갔다가 문이 닫혀서 낭패를 본 상황 같은 것에 이런 속담이 쓰인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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