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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죽계 Nov 01. 2023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 유래, 어원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 에 대한 이해     


다른 사람에게 의심을 받거나 오해를 받을만한 행동을 하지 말라는 뜻으로 쓰이는 격언 중에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끈을 고쳐매지 말라’는 표현이 있다. 이것은 중국에서 유래한 것으로, 역사적 인물이면서 �三國志�라는 소설에서 간웅으로 평가받는 曹操의 아들인 曺植이 지은 ‘君子行’에 나오는 말이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군자는 일이 일어나기 전에 방지하기 위해 의심스러운 곳에는 머물지 않으니, 오이밭에서는 신을 고쳐 신지 않으며,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머리에 끈 관을 바르게 하지 않는다(君子防未然 不處嫌疑間 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라고 했다. 여기에서 주의해서 보아야 할 것은 ‘왜 오얏 나무’인가 하는 점과 ‘갓끈을 고쳐매는 것이 어떤 상황인가’이다.     

먼저 오얏에 대해 살펴보자. 오얏은 순우리말이지만 한자어에서 유래한 자두에 밀려 거의 쓰지 않는다. 자두는 자도(紫桃)가 변해서 만들어진 것으로, 강한 보라색을 가지고 있으면서 복숭아처럼 생긴 과일이라는 뜻이다. 오얏을 지칭하는 한자어는 李(오얏나무 리)가 있는데, 이것은 나무 자체를 가리키는 말이고 그것의 열매를 자도라고 했다. 우리말로는 자도 보다 자두가 발음하기 쉬우므로 이렇게 바뀐 것으로 보인다.     


오얏나무는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이 아주 오래된 것으로 살구, 배, 복숭아 등과 함께 중요한 과일 중의 하나이다. 여러 과일 중에서 왜 하필이면 오얏을 택했을까가 핵심인데, 이것은 오얏 나무의 특성을 알아야 이해할 수 있다. 오얏 나무는 다른 과일나무에 비해 키가 작은 편이며, 과일이 열려 무거워지면 가지가 아래로 늘어지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배나 복숭아 등은 열매가 열려도 가지가 휘어지지 않는데, 자두만 그런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다른 나무에 비해 키도 작은 데다가 가지가 휘어지면서 아래로 늘어지기 때문에 열매를 따기가 훨씬 수월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서 갓과 연관을 가지는 일이 벌어지는데, 둥근 형태의 것이 머리보다 높게 솟아 있는 갓은 낮은 곳이나 고개를 숙여서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 경우 반드시 벗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갓이 비뚤어져서 다시 쓸 수밖에 없다.     

갓끈을 고쳐맨다는 것은 벗었던 갓을 머리에 올린 다음 다시 맨다는 의미가 된다. 따라서 오얏 나무 부근에서 갓끈을 고쳐 매는 행동을 하는 것은 자두를 따 먹으려고 갓을 벗었거나 그런 행동을 하다가 갓이 나뭇가지에 걸려서 비뚤어졌기 때문에 다시 매는 것이 되어 도둑으로 의심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으로 인해 ‘오얏 나무 아래에서는 갓끈을 고쳐매지 않는다’라는 말이 생겨났고, 그것이 우리나라에서 격언처럼 쓰이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옛사람의 삶과 지혜를 곱씹어 보게 하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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