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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죽계 Nov 01. 2023

'콩가루 집안'이란 표현의 유래, 어원

왜 하필 콩가루일까?

콩가루 집안의 유래, 어원    

       

우리 문화에서 가루로 만들어서 하는 요리, 혹은 음식은 상당히 많다. 팥, 콩, 쌀, 보리, 밀 등의 모든 곡식을 가루로 만들어서 여러 종류의 음식을 해서 먹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콩을 빻아서 만든 가루를 콩가루라고 하는데, 이 말은 하나의 집안이나 어떤 조직이 완전하게 망가진 상태를 나타내는 표현에 주로 쓰인다. 콩가루에 대한 국어사전의 정의를 보면 ‘한 집단 구성원 간의 상하 질서가 흐트러지거나 유대 관계가 깨어져 버린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 있다.     

여기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은 무언인가가 엉망으로 된 상태를 나타낼 때 왜 하필이면 콩가루를 쓰느냐는 점이다. 팥가루, 쌀가루 등의 표현도 가능할 것 같은데, 반드시 콩가루를 쓰기 때문에 굳어진 관용표현이 되기도 했는데, 이 의문을 풀기 위해서는 콩의 성질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콩은 콩과에 속하며 주로 식용으로 사용되는 식물, 또는 그 씨를 가리킨다. 콩은 주로 식품으로 사용되며, 대부분 단백질이 풍부하고 철분과 비타민 B1·B2가 들어 있다. 씨의 색깔은 흰색·녹색·노란색·분홍색·붉은색·갈색·자주색·검은색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씨의 모양도 둥근 것, 편평한 것, 길쭉한 모양, 신장 모양 등 다양하다. 콩의 꼬투리 역시 녹색·노란색·자주색 등 여러 색을 띠고, 모양도 납작한 것부터 둥근 것, 밋밋한 것에서 울퉁불퉁한 것, 반듯한 것에서 굽은 것까지 있다. 전 세계에 1만 8천 종이 있다고 한다. 콩이야말로 인류의 생활에서 매우 오랜 역사를 지닌 농작물이라고 할 수 있다. 콩을 삶아서 특수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두부 역시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우리 식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중요한 식품이다.     

콩이 이처럼 다양한 형태로 요리되어 식용으로 사용되는 가장 큰 이유는 단백질이 풍부해서 고기 대용으로 먹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인 데다가 비타민도 풍부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보리, 밀, 쌀, 메밀, 팥 등의 곡물은 모두 가루로 만들어서 뭉치거나 반죽을 한 다음 다양한 종류의 식품으로 요리해서 식용하는데, 유독 콩가루만은 뭉치거나 반죽을 해서 먹을 없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 다른 것에 묻혀서 먹는 정도로만 사용한다. 콩가루 집안이라는 표현이 등장하게 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모든 곡류에는 단백질이 포함되어 있는데, 여러 가지가 혼합한 형태로 존재하는 글루텐(글루테닌)이 들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므로 쌀, 밀, 보리, 메밀 등은 전부 가루로 만든 다음, 반죽해서 먹을 수 있는 떡, 빵 등의 형태로 가공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단백질의 한 종류인 글루텐은 물을 골고루 흡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반죽을 가능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데, 곡물 중 유독 콩가루에만 이것이 없다고 한다. 글루텐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점성으로 인해 반죽을 가능하도록 만들기도 하지만 열을 가했을 때는 부풀어 오르게 하는 역할도 하므로 빵으로 만드는 데에도 중요한 구실을 한다.     

다른 모든 곡물에는 있는 글루텐이 왜 콩에만 존재하지 않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것이 없는 덕분에 콩가루는 절대로 뭉쳐지지 않는다. 일단 가루가 되면 흩어지기만 하고, 뭉칠 수 없는 것이 콩가루이기 때문에 엉망이 된 집안이나 조직 등을 가리킬 때 ‘콩가루’, 혹은 ‘콩가루 집안’이라는 말이 생겨났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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