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이로그를 찍는 유튜버가 되었다.
10년 전 신혼 때 남편이 카메라 하나를 들고 왔다. 비싸게 주고 샀다며 열심히 들고 다니며 사진을 찍어댔었다. 그리고.. 마치 친정엄마가 혼수로 사준 반지를 장롱 깊숙이 숨겨 간직하듯이 그 카메라를 깊은 곳에 두고 오랜 시간 살았다.
그 카메라를 꺼내 보았다.
한때 쇼핑몰을 하겠다며 아무것도 모른 채 찰칵거리며 다니던 이후 15년 만에 카메라를 만져본 것이다. 남편의 카메라는 남편만 찍고 조작했었기에, 또한 나는 엄청난 기계치였기에 배터리를 찾아 빼는 것부터가 일이었다. 더듬더듬더듬거리며 배터리를 찾았건만 어떻게 빼는 건지... 충전기는 어디 있는지, 5분도 안 걸릴 그 일을 한 시간이나 걸려서 했다.
어쨌건 배터리 충전을 시키고 다시 한번 동영상을 켜는 작업에 버둥거리다 어떤 조작도 없이 촬영을 시작했다. 이것저것 여러 사물을 들이대고는 내가 본 vlog와 비슷하게 나오는지만 살펴보았다. 그리고 열심히 찍었다. 미련하게 열심히만 찍었다.
새벽기상에 이루어진 나의 시간을 촬영하기로 했다.
내가 새벽에 또는 아침 일찍 일어나하는 루틴은 사실 밖으로 나가 조깅하는 것이 아니라면 30분 정도면 끝나는 일이다. 물을 마시고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고 독서를 조금 하고 일기를 쓰는 것.
그런데 이 과정을 담는 작업과 함께 하려니 2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여유로운 시간은 끝이 났고 그렇게 하루반나절이 지나갔다.
그렇게 남들이 30분에 끝낼 일을 2~3배 걸려 하고는 그 영상들을 편집할 시간이 다가왔다.
편집을 하다 보니 촬영은 정말 쉬운 일이었음을 깨달았다. 릴스를 만들면서 어플을 조금 만지작거리고는 금방 편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생각은 큰 오산이었다. 이미 분량 자체에서 엄청난 차이가 났고 편집이 너무나도 어려웠다. 나의 괴로움은 '처음이니까 돈은 안 들이겠다.'라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처음부터 유료 어플을 쓰고 싶지 않았다. 돈을 아끼려 무료어플에서 시작된 나의 편집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1. 영상을 불러오는 것, 처음부터 난관이 시작되었다.
무료 어플이라 하면 요즘 가장 핫한 capcut과 가장 많은 사람이 이용하고 있는 것 같은 vllo였다. 캡컷은 한두 번 만져 마음에 드는 성과물을 가져본 적이 있었고 많은 영상편집 유튜버들이 추천해 주기도 하기에 캡컷을 이용하기로 했다. 컷편집은커녕 영상을 불러오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내 카메라는 오래전 카메라이기에 전선을 연결해 pc로 옮겨야만 한다. 그래서 캡컷 pc버전을 깔고 그대로 손쉽게 편집을 시작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캡컷은 스마트폰 중심으로 만들어진 어플이기에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적용했던 작업들이 pc에서는 너무나 어려웠다. 컷편집을 위해 단축키를 외우거나 그렇지 않으면 컷편집부터가 정말 어려웠다.
아마 나만 그랬을지도 모르겠지만 컷편집은 정말 만만하지가 않았다. 아마 일주일은 꼬박 매달렸던 것 같다. 고작 10분도 채 안 되는 영상을 가지고....
어쨌든 완성한다는 집념으로 어설프게 컷편집을 하고 자막을 달았다. 무료이기에 다른 효과사용은 제한이 되어있어 포기하고 자막까지만 넣는 것을 목표로 했다.
2. 자막은 오리지널 방식으로 써나가기를...
capcut은 자동으로 음성을 인식해 자막을 달아주는 기능이 있다. 한번 테스트로 써본 적이 있어서 손쉽게 하려고 음성녹음을 했다. 하지만 문제는 내가 원하는 컷부분에 내가 원하는 만큼의 자막이 들어가지지 않아서 결국은 수작업으로 수정작업을 해야만 했다.
수정작업만 하루가 꼬박... 이럴 바에는 그냥 자막을 처음부터 치는 것이 낫다 싶을 만큼 아주 까다롭고 귀찮은 작업이었다.
아마 인터뷰 형태의 콘테츠 거나 그냥 말하는 것을 자막에 달면 되는 것에 쓰이는 것이 확실했다.
브이로그에서는 조용한 영상에 생각을 따로 자막에 넣는 것이기에 자동자막은 알맞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은 이틀을 낑낑거려 얻어낸 교훈 하나.
나와 같은 잔잔한 vlog콘텐츠라면 자막은 그냥 글을 쓰듯 직접 써 내려가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좋은 방법!!!
그렇게 잔꾀를 부렸던 나의 꼼수는 통하지 않은 채 힘겹게 자막을 완성했다.
3. 완성된 영상의 추출은, 영상만 추출된다는 사실! 내 자막은 어디에....?
가슴이 두근 되었다. 이제 추출하여 그 영상을 유튜브에 가져가기만 하면 되는 순간이었다. 이미 시간은 3주를 지나가고 있었기에 나는 이 영상을 잃고 싶지 않아 두세 가지 경로로 저장을 모두 하기로 했다.
어쨌건 알려준 대로 추출을 했고 생각보다 빠르게 영상이 업로드되었다. 그런데.... 아무리 돌려보아도 자막이 없다!!!
가장 힘들었던(물론 지금까지 모두 힘들었지만) 자막이 없었다. 단팥빵에 단팥이 빠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다시 한번 추출하고 조건들을 다르게 선택하여 또 추출해 봤지만 자막은 없었다. 왜 그럴까??? 유튜브며 네이버에 자막 없어짐을 검색해 보았지만 내가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곳은 없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 결국 무료버전에서는 자막추출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어이가 없고 이미 여기서 포기를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짜증을 삼켜내고 분노를 누르고.. 결재를 그냥 해볼까란 생각도 했다.
하지만 재미 반 도전 반으로 만들어보는 지금 나의 상황에서 1년 치 유료이용권을 사는 것은 하고 싶지 않았다. 결국 영상자체는 캡컷 내에서만 돌아가게 되었고 추출은 할 수가 없었다.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들었던 그 짧은 영상이 무용지물이 되었다는 사실에 pc에서 돌아가는 영상을 책상에 앉아 핸드폰을 들고 수동으로 찍었다. 정말 할머니들이 할법한 방법으로 말이다.
'내가 무얼 하자고, 어떤 관심을 받겠다고 이 고생을 할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시간낭비를 했다는 사실이 더욱 미련을 버리지 못하게 했다. 그렇게 완성 아닌 완성품을 버린 채 나는 처음부터 편집에 대해 공부를 하기로 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