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이로그를 찍는 유튜버가 되었다.
sns가 싫다고 몸부림치던 것이 1년이 채 되지도 않았다. 작은 공방을 하면서 SNS를 피해 갈 수는 없다고 생각했고 반오기처럼 sns시작했다.
그리고 아이들을 키우는 시간을 방해하지 않을 만큼, (아니 조금 방해했을 수도 있다.) 딱 그만큼 열심히 운영했다.
결과라고 말하기엔 기간이 너무나 짧았기에 실패사례라고 해야 할지 성공사례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목표로 잡았던 100일이 조금 안 되는 시간 동안 나의 계정은 아주 조금 성장했고 짧은 영상을 찍고 편집하는 기술을 조금이나마 배웠다.
아마 실패한 부분이라면 하루종일 목메어 만들지 않았고 내가 하는 분야의 수요는 오랜 기간이 걸쳐 완성되어야 하기 때문에 거대한 성장은 없었다.
성공한 부분이라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나 발견했다는 것이다.
사실 영상을 찍는 것은 조금 귀찮은 작업이지만 싫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 영상들로 편집하는 중에 나는 몰입이라는 것을 하고 있었다. 재미도 있었고 완성작이 하나 나오는 것에 보람과 쾌감도 느꼈다.
그래서일까?
찍기는 아주 대충.. 편집에 고도의 집중을 발휘하였기에 아마도 육아에 방해가 되었다면 그 부분일 것이다.
집중하고 싶은데 아이가 말을 걸을 때 아이의 말에 신경 쓸 수 없었고,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엄마이기에 참으로 안타까웠다. 그렇다고 모두 잠든 시간에 밤을 새워서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자니 그 또한 다음날 아이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일이라 그럴 수만은 없었다.
어쨌든 나는 매일매일 콘텐츠를 만들어 찍었고 반응이 있든 없든 약 3개월간의 SNS생활을 했다. 이것을 계기로 아이들의 일상을 찍어만 두고 묻고 있었던 사진들도 짧은 영상을 만들어 비공개 계정으로 모아두기 시작했다. 하나둘 모아둔 영상들을 어느 날 몰아서 보고 있노라면 아이들이 커나가는 모습이 한눈에 보여 좋았다. 그렇지만 1분 30초 이내로 만들어진 영상에 모든 것을 담아내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1일 1 피드를 올리자는 나와의 챌린지를 마치고 두 달가량을 드문드문 올렸다. 원래대로 육아를 하고 살림을 하면서 생각만 했다. 생각이라는 것은 여전히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나는 무엇을 하고 살아갈 것인가란 원초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생각이었다.
유튜브는 사실 잘 보지 않았다. 내가 보는 영상시청이라는 것은 흥미로운 드라마나 영화 한 편이 전부.. 유튜브라면 아마도 다 보지 못한 드라마나 영화를 요약해서 보여주는 유튜버의 것이나 보았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나에게 잔잔한 개인 vlog 한편이 떴다. 이것이 왜 떴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나도 모르게 내가 추구하는 무언가를 찾아서 알고리즘이 눈앞에 가져다준 것이라 생각했다.
그 vlog에 한참을 푹 빠져 몇 날며칠을 그 사람의 vlog만 보았다. 개인이 찍었다고 생각하니 참 멋졌고..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들이 나와 닮아있어 더 흥미로웠다.
한 달가량 vlog를 보다 보니 문득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해보고 싶어졌다. 영상을 찍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니 어떤 각도로 어떻게 촬영을 했는지 유심히 살피고 음악을 들으며 본격적으로 분석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마도 3월 말쯤부터는 vlog 분석을 위해 하루종일 여러 편의 일상 vlog만 켜놓고 살았던 것 같다. 일을 할 때도 잠시 쉴 때도 그 영상들을 보면서 어떤 것을 담아내는지 어떤 말을 하는지 유심히 보았다.
2주 정도 집중적으로 영상을 보다 보니 남편이 결혼 전 사놓고는 오랜 시간 숨겨놓았던 DSLR 카페라는 꺼내놓았다.
무작정 카메라를 꺼내놓고는 이틀을 방치,
어느 날 아이들 밥을 하다가 내가 자신 있는 요리였기에 한번 찍어볼까?라는 생각으로 무작정 전원만 켜고 촬영만 했다.
카메라를 껐다켰다하며 음식을 하니 정신이 하나도 없고 분주했지만 내가 찍은 영상이 나름 내가 보던 vlog와 비슷하게 보인다는 사실에 갑자기 자신감이 생겼다.
물론 처음 찍은 그날의 그 영상들은 담아낼 수 없었지만 그 뒤로 조금씩 여유가 있을 때면 나를 찍어보기 시작했다. 카메라를 가져온다는 것이 귀찮은 작업이었지만 그것에 흥미를 붙이니 나의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가 부여되기 시작했다.
바로 이거였다.! 아마도 나를 찍다 보면 나를 관찰하고... 나를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수없이 많은 블로거들의 영상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괜찮았다. 분명 이 귀찮은 작업을 많은 사람들이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직 블루오션이라는 확신이 들었고 아니어도 상관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무언가를 팔기 위해 시작하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나의 하루, 나의 아침, 나의 육아, 가끔은 의도적으로 아이들을 위한 일을 하기 등 나의 삶을 담아내는 것 자체로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내 인생에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카메라가 처음으로 켜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