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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유 Jan 23. 2022

현대미술 시장이 커지면, 백범 김구 선생은 기뻐하실까?

높은 문화의 힘을 담은 그림을 만나다

현대미술 시장이 커지면, 백범 김구 선생은 기뻐하실까?

높은 문화의 힘을 담은 그림을 만나다


 “문화강국 꿈꾼 백범 김구 선생 뜻 깊이 새길 것” 2022년 1월 19일 서울문화투데이 신문에 실린 대통령 후보의 인터뷰 기사 제목이다. 독립운동을 하셨던 백범 김구 선생이 문화예술 분야에 종종 소환되는 것을 본다. <백범 일지>에서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고 하셨고, ‘우리나라가 높은 문화의 힘을 갖는 것이 나의 소원이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나라 문화 콘텐츠가 강세다. 각종 시상식을 휩쓴 봉준호의 기생충,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1위에 이름을 올린 BTS의 버터, 수많은 나라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본다. ‘백범 김구 선생이 살아 계신다면, 우리나라 문화 콘텐츠의 흥행이나, 예체능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는 스타들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하실까?’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 올라 수상소감을 전하는 봉준호 감독을 보면 틀림없이 기뻐하고 자랑스러워하셨을 거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과 번리전에서 손흥민 선수가 기록한 원더골을 보면, 아마도 함성을 지르고 같은 영상을 몇 번씩 돌려보셨을 거다. 그런데 문화 콘텐츠 시장이 커지고, 예체능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우리나라를 보면, ‘나의 소원’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하실까?


 백범 김구 선생이 말씀하신 문화는 오늘날 우리가 이해하는 문화와 의미가 다르다. <백범일지>에서 전하는 문화의 의미는 ‘인의, 자비, 사랑’이다. ‘한없이 주는 마음’이다. ‘우리나라가 높은 문화의 힘을 갖는 것이 나의 소원이다’고 말씀하셨을 때, 높은 문화의 힘은 영화, 음악, 드라마, TV 예능 포맷 등의 수출 성장이 아니다.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는 것이다’고 하셨다. 우리나라가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세계의 모범이 되기를 희망하셨다.


 고리들 작가님의 삶에서 그 문화의 본뜻을 본다. 작가님은 기부 정신이 투철하다. 오래 전부터 ‘천조 이상을 기부하는 기부왕이 되겠다’고 선언해 왔다. 경제적으로 파산한 상황에 처해서도 기부하고, 때로는 높은 금리로 빚을 내서 후원한다. 선불로 예약된 그림 주문 펀딩액이 350억 원이 되는 지금도, 장학금을 주거나 다른 화가를 지원하는 선행을 이어간다. 그러기 위해서 생활비를 줄이거나 갖고 있던 땅을 팔기도 한다. 얼마 후에는 미술이나 영어 등의 무료 교육을 위해 작은 도서관을 개관할 예정이다. 2017년에는 ‘인공지능과 미래인문학’이라는 미래학 저서를 출간했다. 다가올 기후위기와 초양극화 등의 사회경제적 위기를 염려하는 작가님의 마음이 읽히는 책이다. 우리 사회가 맞게 될 그 위기를 대비하고, 위기 이후의 더 나은 세계로 나아가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 그림을 팔아서 ‘기부 천조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선언이 사뭇 진지할 수밖에 없다.


< 별에서 꽃까지 >


 작가님은 눈동자에 우주를 그린다. 양자물리학, 관찰자 효과, 평행우주론을 표현한다. 작품 ‘별에서 꽃까지’가 대표적이다. 우주를 바라보는 커다란 눈동자가 배경이다. 별에서부터 쏟아지는 황금빛 먼지들이 캔버스 아래로 내려앉는다. 별 먼지가 꽃밭을 이루는 과정의 순간을 포착하여 눈동자에 그린다. 과학에서는 이를 ‘초신성 폭발’이라고 부른다. 태양의 질량보다 10배쯤 이상이 되는 별들은 수명이 다하면 폭발한다. 최후의 강렬한 빛을 내뿜으며 지금까지 만들어낸 무거운 원소들을 우주에 먼지로 흩뿌린다. 우리 몸과 지구를 구성하는 무거운 원소들은 초신성 폭발에 의해서 뿌려진 별 먼지이다. 작가님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별에서 온 꽃이라고 보았고, 그 빛깔은 주로 황금빛으로 표현한다. 황금 역시 초신성 폭발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작품 ‘별에서 꽃까지’는 시각적인 아름다움 그 이면에 좌절과 고통을 담고 있다. 한 컬렉터와 대화하는 영상에서 작가님은 말한다. “우주가 생명을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찢는 한 차례의 좌절, 찢기는 고통을 겪어야 해요. 초신성 폭발이 그것이죠.” 초신성 폭발을 ‘생명과 가치를 잉태하는 우주의 아픔, 우주의 산고’에 비유했다. 작가의 길을 걸어오면서 겪어야 했던 좌절과 고통의 시간을 짐작해본다. 예술가로서 산고의 시간을 보낸 끝에, 기어코 꽃을 피우고야 말겠다는 작가님의 소망과 다짐과 각오를, 그리고 그간의 좌절과 고통에서 보낸 인내의 시간을, 작품 ‘별에서 꽃까지’에서 눈부신 황금빛 꽃밭으로 그려낸 것이다. 나는 믿고 있다. 고리들 작가님과 그분의 작품은 초신성이라고. 작가님과 작품의 눈부신 폭발이 있기 전에 먼저 알아보고, 그 과정을 감동적이고 흥미롭게 바라보는 행운을 얻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시대 갈등 해소하는 ‘선본홍제’ 추구할 것” 동일 일자 서울문화투데이 다른 지면에 실린 고리들 작가님의 인터뷰 기사 제목이다. 선의와 선물을 중심으로, 인간과 자연환경까지 아우르는 작가님의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다. 작가님은 자신이 꽃이 되는 세상을 꿈꾸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 전체가 꽃밭을 이루기를 바란다. 작가님이 그리는 눈동자에는 인간과 자연에 대한 깊은 연민과 사랑이 있다. 작품 ‘별에서 꽃까지’의 눈동자를 유심히 바라보면 알게 된다. 그 눈동자는 신의 눈동자이면서, 작가님의 눈동자이면서, 동시에 우리나라가 높은 문화의 힘을 갖게 될 희망적인 미래를 내다봤던 백범 김구 선생의 눈동자와 같다는 것을.

 

 서울문화투데이 또 다른 지면에는 작년 국내 미술시장 매출이 1조 원에 가깝게 성장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성장하는 미술시장 매출 규모에서 백범 김구 선생이 말씀하신 문화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나는 고리들 작가님이 그린 눈동자에서 찾는다. 작품 ‘별에서 꽃까지’ 앞에 서서, 유유히 떨어지는 유성 하나에 시선을 두고 마음을 모은다. 평범하디 평범한 나 자신도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질 수 있기를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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