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4살 때 처음 읽었던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3년이 지난 최근 다시 읽게 되었다. 당시에는 이 책이 제시하는 강렬한 유전자 결정론적 관점에 감탄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인간의 행동이 정말로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 것일까? 이기적 유전자는 우리의 행동을 얼마나 정확히 설명할 수 있을까? 해밀턴의 포괄적합도 이론을 중심으로, 나는 유전자와 환경의 상호작용이 인간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다시 생각해보고자 한다.
해밀턴의 포괄적합도 이론: 수학적 기초
해밀턴의 법칙은 이타적 행동의 진화를 설명하기 위해 도입된 수학적 모델이다. 핵심은 간단하다. :rB > C
여기서,
r: 혈연계수, 두 개체 간 공유된 유전자의 비율
B: 이타적 행동으로 인해 수혜자가 얻는 생존 및 번식의 이익
C: 행동으로 인해 행동자가 겪는 생존 및 번식의 비용
이 수식은 이타적 행동이 유전적으로 유리할 조건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나의 형제(혈연계수 r = 0.5)가 두 명 이상 생존한다면, 나의 희생이 나의 유전자 전달 관점에서 정당화될 수 있다. 이는 유전자 이기주의를 설명하는 강력한 도구지만, 인간 행동의 복잡성을 모두 포괄하지는 못한다.
인간 행동: 단순한 수학 너머
해밀턴의 포괄 적합도 이론을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문장이 있다.
"형제 한 명을 위해서 죽기는 싫습니다. 하지만 두 명 이상이면 괜찮지요. 사촌이면 여덟 명 이상이고요."
하지만 나는 내 하나뿐인 동생을 위해서라도 언제든지 대신 죽어 줄 수 있다.
이를 해밀턴의 수식으로 설명하려면 r, B, C, 외에도 다음과 같은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1. 감정적 유대감 E: 관계에서 느끼는 정서적 이익을 변수로 추가한다. 예를 들어, 친밀한 친구를 위해 희생하고자 하는 행동은 혈연계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rB + E > C
2. 문화적 요인 문화는 이타적 행동을 장려하거나 억제한다. 예를 들어, 자기희생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사회에서는 B의 개념이 단순 생존 이득을 넘어선다. rB + E + M > C (여기서 M 은 문화적 요인을 나타낸다.)
3. 집단 적합도 집단 선택 이론에 따르면, 개체의 희생이 집단의 생존 가능성을 높인다면, 그 행동은 여전히 진화적으로 안정적일 수 있다. 이는 B가 특정 개인에게 국한되지 않고, 집단의 이익을 고려해야 함을 의미한다.
유전자와 환경의 조화: 인간을 컴퓨터로 비유하다.
나는 이 논의를 컴퓨터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비유해 봤다.
하드웨어(유전자) 우리의 생물학적 본성은 컴퓨터의 하드웨어에 해당한다. 해밀턴의 법칙은 이 하드웨어가 작동하는 기본 원리를 설명한다. 예를 들어, 유전자는 특정 행동 패턴을 선호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소프트웨어(사회, 문화, 환경) 그러나 하드웨어만으로는 컴퓨터가 작동하지 않는다. 인간의 행동은 사회적 관계, 문화적 가치관, 심리적 요인이라는 소프트웨어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다. 특정 상황에서 하드웨어가 제한하는 범위를 뛰어넘는 행동도 가능하다. 예컨대, 한 명을 위해서라도 대신 죽고 싶다는 생각은 사회적 소프트웨어가 영향을 미친 결과일 수 있다.
이를 수학적으로 일반화하면 다음과 같다: H(x) + S(y) = A
H: 하드웨어(유전자) 요인이 결정하는 행동 경향
S: 소프트웨어(환경) 요인이 결정하는 행동 변화
A: 실제 관찰된 행동
결론: 유전자 결정론을 넘어
내가 이기적 유전자를 다시 읽고 최종적으로 내린 결론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생물학적 행동을 이해하는 데 강력한 도구를 제공했지만, 인간 행동의 복잡성을 모두 담기에는 부족하다."이다. 해밀턴의 포괄적합도 이론을 수학적으로 확장하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조화를 고려한다면, 인간의 이타적 행동을 더 풍부하게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전자는 우리를 움직이는 기본 틀일 뿐, 최종 행동은 환경, 관계, 그리고 사회적 맥락의 복잡한 상호작용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유전자의 하드웨어 위에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며, 우리의 행동을 재정의할 수 있는 존재임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