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이름 말고 제목이 미정입니다만

나는 아직도 미정의 인생을 산다.(2)

by 예진

인생은 한 치 앞도 모른다는 말.

그 말이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조금은 알듯하다.


서른이 되어가는 나이에 전공이었던 보육교사를 그만두고 하고 싶은 것을 더 해보고자 퇴사했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경험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그래서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고 있다.

주변에선 그 좋은 직장 왜 그만두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반응이 더욱 컸다.

나중은 몰라도 지금으로선 덜 후회가 되는 쪽을 택했다.


보육교사시절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대학졸업 후 바로 취업을 하게 되었다. 그때에 나는 내 몸을 제대로 보살펴주었어야 했다. 건강이 많이 악화되어 응급실 수액으로 버티며 일을 다니다 결국 아픔이 절정에 다다랐다.

나와 아픔은 고요하고 평온했던 새벽에 아침해가 떠오르는 것을 보며 겨우 쪽잠에 들고 다시 일어나 출근했다.

그때는 그게 전부라고 느꼈다. 잘해야 되고 견뎌내야 한다고 아파도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모두가 그렇게 참고 버텨가며 일을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끝까지 버티다 큰 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소견서를 받아 대학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도착했을 때 그곳에선 내가 제일 멀쩡하게 느껴질 정도로 아픈 사람들이 많았고 여기 올 정도로 아픈 게 맞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며 수액을 맞았다. 그리고는 아주 오랜만에 깊은 잠에 들었고 그때 아픔은 서서히 멀어져 갔음을 느꼈다.


그때 나는 제2의 인생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그때를 떠올릴 때면 조금만 더 옛적에 태어났으면 하늘에 별이 되어 있었을 텐데라는 상상을 하며 작든 크든 더 크게 감사하게 되었다.

그렇게 죽을 고비를 넘기고 나니까 내가 해보고 싶은 건 지금 당장 해야겠구나를 느꼈다. 해보고 싶은 것, 도전해보고 싶은 것, 마음속에 한 가지씩은 아니 여러 개는 있지 않은가. 누구라도 시작해 보고 도전해 보았으면 좋겠다. 아주 사소한 것부터라도.


대학 졸업 후 대학원도 가고 원장도 하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아 그런 탄탄대로 커리어 우먼이 되어 있을 줄 알았지만 갑작스러운 아픔을 만나면서 계획과 방향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더 중요한 건 나라는 사람에 집중할 수 있었고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부터 알아갔다. 또 삶의 기로의 설 때마다 내가 원하고 하고 싶은 방향으로 선택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사랑하는 사람을 통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라보게 하는 내 인생을 미정이로 살아가게 만들었다. 이 모든 건 내가 미리 계획했던 것들이 아니었다. 계획해 두었던 것들은 몇 달, 몇 년 짧으면 내일도 바뀌었다. 그래서 정해두지 않기로 했다. 세상의 기준과 생각에 갇히지 않기로 했다. 미정의 삶도 나쁘지 않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니까. 가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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