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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솝 Oct 29. 2022

우리 커플의 9년 연애사 #1

대학교 과 CC로 시작하다

우리 커플은 연애를 시작한  1년쯤 지나고 이별의 위기에 놓였다.  싸우는 날을 찾기가 힘들었다.  싸우는 날을 세보기 위해 우리가 싸우지 않는 일기장에 기록할 정도였다. 그러다 3일이  가기 전에 매번 기록이 엎어졌다. 어떤 날은 두세 번씩 싸우기도 했다.


나는 간절히 이 상황을 타개하고 싶었다. 완전히 싸우지 않는 경지에 도달하고자 했다. 싸우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는 과정에서 <5분 혼잣말>이 탄생했다. <5분 혼잣말>을 시작한 이후로 우리는 싸우는 횟수가 급격히 줄었다. 1년이 지나자 싸우는 횟수가 절반으로 줄어들었고, 2년이 지나자 1년에 한두 번 싸우는 수준이 됐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몇 년째 싸우지 않으며 행복한 관계를 지속해오고 있다. 결국 난 이루지 못할 것만 같았던 내 목표를 쟁취했다.


여기까지 글을 읽은 독자라면 “아니, 그래서 넌 대체 누군데?” 하고 물어볼지도 모르겠다. 이제 우리 커플의 9년간의 연애사를 들려줄 차례다.




| 대학교 과 CC로 시작하다.


우리는 대학교에서 같은 과에 합격하며 처음 만났다. 나는 재수를 한 탓에 여자친구보다 한 살이 더 많았다.


우리가 첫 만남부터 서로에게 반한 건 아니었다. 우리가 서로를 처음 본 날은 과에서 진행하는 새내기 오리엔테이션이 끝난 후의 뒤풀이였던가 그랬다. 술을 잘 못하는 여자친구가 술을 거나하게 마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내가 부축해줬던 게 우리의 첫 만남이었다. 나는 술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첫 만남에 내게 그런 인상적인 기억을 남긴 여자친구가 좋을 리가 없었다(여자친구는 지금은 술을 마시지 않는다).


술과 관련해서 또 한 가지 에피소드가 있다. 우리 모교의 전통 중에 ‘사발식’이라는 행사가 있다. 막걸리를 통에 들이붓고 마시게 한 다음 구토를 유도하는 행사다. 뭐 그런 행사가 있냐고 물을지도 모르겠지만, 취지 자체는 과거 선배들이 일제에 저항하여 막걸리를 마시고 종로경찰서 앞에서 구토한 것을 기리기 위한 나름의 전통 있는 행사다. 아무튼 2014년도 당시만 해도 그 사발식이란 게 실제로 토를 하게 만드는 야만적인 방식으로 행해졌다. 나는 이런 행사에 강제로 참석하는 게 싫어 참석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미래의 여자친구가 될 그 친구는 사발식에 호기롭게 참여했다가 결국엔 엠뷸런스에 실려갔던 해프닝도 있었다. 이렇게나 성격이 달랐던 우리였다.


대학생 시절을 겪어본 이들이라면 잘 알 것이다. 3월에 개강을 하면 신입생들은 서로 마음 맞는 사람들과 무리를 지어 다니기 마련이다. 그리고 벚꽃이 피었다 지고 봄이 깊어지면서, 어떤 남녀는 봄기운에 이끌려 설레는 마음과 함께 사랑의 감정을 싹 틔우기 시작한다. 당시 나와 내 여자친구도 같이 어울려 다니는 한 무리에 속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 많아졌고, 어느덧 단 둘이 있는 시간도 늘어났다. 그렇게 서로에 대한 감정이 깊어져 감을 느꼈다.


사발식 사건에서 여실히 드러났던 것처럼, 우리의 성격은 확연히 달랐다. 여자친구는 거침없고 용기 있는 사람이었던 반면, 나는 조심스럽고 신중한 스타일이었다. 여자친구는 나에 대한 감정을 전혀 숨기지 않았던 반면, 나는 여자친구에 대한 감정을 숨기며 우리의 미래를 여러 각도로 그려보는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 그리고선 확신이 선 나는 여름 기운이 막 느껴질 무렵인 6월 어느 날, 학교 앞 안암의 어느 카페에서 여자친구에게 고백했다.


그렇게 우리의 파란만장한 연애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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