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솝 Oct 29. 2022

우리 커플의 9년 연애사 #2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 화성에서  남자, 금성에서  여자


<화성에서 온 여자, 금성에서 온 남자>는 전 세계적으로 수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다. 이 책의 저자인 존 그레이는 자신과 아내가 너무도 자주 다투자 그 원인을 분석해보니, 남녀가 애초부터 너무나 다른 존재라는 사실이 근본 원인이었음을 발견한다. 서로가 화성과 금성이라는 다른 별에서 왔으니, 이 점을 인식하는 것이 화목한 관계의 출발점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남녀의 특성을 하나하나 조사하면서 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탄생하게 된다.


여자친구와 나의 달콤한 관계는 그다지 오래가지 않았다. 우리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화성인과 금성인 그 자체였다. 이런 점들을 모두 고려하며 신중하게 연애를 시작한 나였는데도 우리가 너무 다르다는 사실이 점점 스트레스가 되었다.


첫째, 우리는 좋아하는 음식이 달랐다. 여자친구는 얼큰한 음식, 면 종류, 분식류를 좋아한다. 반면 나는 치킨, 햄버거, 피자 등 양식을 좋아하고, 면을 안 좋아하며, 국물 있는 음식을 잘 먹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음식을 고를 때조차 의견이 안 맞았다. 한쪽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려고 하면 한쪽은 본인이 싫어하는 음식을 먹어야 했다.


둘째, 여자친구는 솔직하고 감정을 전혀 숨기지 않는 성격이다. 그래서 여자친구는 마음에 들지 않는 내 행동을 직설적으로 지적하고, 분노를 느낄 땐 분노를 숨기지 않는다. 대신 여자친구는 뒤끝이 없다. 반면 나는 배려심이 많고 상대방을 위해 감정을 잘 숨길 줄 안다. 대신 상처를 잘 받고, 그 상처를 오랫동안 곱씹는다. 이런 성격적 차이는 나를 너무나 힘들게 했다. 여자친구는 마음에 들지 않는 내 행동을 숨김없이 지적하곤 했다. 그럼 나는 곧잘 상처를 받았다. 예를 들면, 내가 과제에 집중하느라 여자친구의 말에 집중하지 못하면 여자친구는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나의 세계에선 상대방의 행동을 그렇게 솔직하게 지적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셋째, 나는 꼼꼼하지 못하고 덜렁대는 성격이다. 반면 여자친구는 꼼꼼하고 똑부러지는 성격이다. 나는 여자친구의 말을 듣고도 자꾸 잊어버린다. 오고 가다가 내 물건을 잃어버릴 때도 많다. 여자친구의 인생에선 그런 일이 거의 없었으니 날 이해하지 못했다. 여자친구가 이런 나를 지적하면 나는 마음에 상처를 입어 발끈하곤 했다.

“오빠 가수 OOO가 오늘 열애설이 터졌더라, 대박.”

“그게 누군데?”

“아, 저번에 말했었잖아!! 또 내 말에 집중 안 했지?”

“미안해”

“됐어….”

우리의 싸움 패턴은 항상 이런 식이었다. 나의 의도치 않은 행동이 여자친구의 심기를 건드렸고, 여자친구는 그걸 직설적으로 내게 말해 나는 상처를 입었다.


넷째, 우리는 영화와 드라마 취향도 완전히 정반대였다. 여자친구는 액션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드라마도 가볍고 예능 같은 느낌의 학원물 장르를 좋아한다. 나는 액션 영화를 좋아하고, 드라마는 정치물이나 범죄 스릴러를 좋아한다. 그래서 내가 보고 싶은 영화가 있는데도 여자친구가 보고 싶지 않다고 하면 나는 그 영화를 가족들과 같이 보거나 포기해야 했다.


다섯째, 우리는 라이프스타일도 달랐다. 나는 내 시간에 공백이 발생하는 걸 못 참는다. 그래서 여러 활동들을 미리 내 시간표에 구겨 넣는다. 나는 대학교에서 남들보다 한 과목씩 추가로 더 수강했고, 학생회도 했으며, 동아리 활동도 하면서, 동시에 학점은 최고점을 찍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반면 여자친구는 바쁘게 사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여자친구는 나와 해보고 싶은 게 많은데 내가 시간을 낼 수 없는 상황이 많았다. 이건 여자친구를 서운하게 했고, 결국은 또 싸움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모든 면에서 우리는 전부 다른 사람이었다. 나의 세계에선 여자친구가 이해가 되질 않고, 여자친구의 세계에선 내가 이해가 되질 않았다. 말하자면, 우리는 지금껏 살던 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를 맞닥뜨린 셈이었다. 인간은 새로운 환경을 마주했을 때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다. 우리는 20년 동안 살아온 환경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 놓이게 되면서, 초반의 설렘과는 달리 점점 더 커져가는 스트레스에 노출되었다. 결국 그에 따라 싸움의 빈도도 잦아져만 갔다.

이전 03화 우리 커플의 9년 연애사 #1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