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솝 Oct 29. 2022

우리 커플의 9년 연애사 #4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우린 그날 이별하게 되었을까? 다행히, 우린 그날 헤어지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에 대해  노력하기로 하고, 관계를 지속해 나가는  합의했다. 그렇게 합의는 했지만, 실제로 해결된  아무것도 없었다. 이미 관계 개선을 위해   있는 노력이라고는  해봤다. 그럼 어떤 노력을    있을 것인가?


우리가 이별을 논의한 한여름 날 밤, 나는 방에 돌아와서 울었다. 그리고 나선 머리를 싸맸다. 무언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무언가 바뀌지 않으면 우리의 관계는 100% 똑같을 것이다. 나는 우리의 먼 미래를 상상해보았다. 만약 우리가 지금과 똑같이 연애하면서 결국 결혼에 성공한다면, 과연 앞으로 남은 70년의 세월 동안 지금과 똑같이 싸우면서 살 수 있을까? 대답은 “아니오”였다. 이렇게 살다가는 남은 내 인생이 너무나 불행해질 것 같았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나는 곧바로 펜을 집어 들고 A4를 펼쳤다. 그리고 나선 지금까지 우리가 싸웠던 장면들을 쭉 떠올려봤다. 눈물과 고뇌가 버무려진 상태로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끝에, 나는 지금껏 할 수 있었음에도 내면에서 애써 부정해왔던 딱 한 가지가 남아있음을 알게 됐다. 그리고 그 깨달음을 일기장에 적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난 철저히, 처절히 지겠다. 싸움은 서로가 양보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따라서 한 사람이 지면 싸움은 발생하지 않는다. 그 지는 사람은 내가 되어야 한다. 혹여나 우리 관계가 끝나더라도, ‘그래도 난 내 모든 노력을 다 쏟았기에 후회가 없다’고 말할 수 있도록.”


즉, 내가 할 수 있었으나 내 깊은 곳에서 부정해왔던 것, 내 동물적 본성이 행하기를 거부해왔던 것, 내 무의식 속에 최후의 보루로 꽁꽁 숨겨두었던 것, 그것은 바로 ‘내 자아의 완전한 무너짐’이었다.


이게 바로 오늘날 우리의 관계를 완전히 바꿔버린, <5분 혼잣말>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전 05화 우리 커플의 9년 연애사 #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