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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솝 Oct 29. 2022

과거의 우리 vs 지금의 우리

우리 커플의 변화 모습

이쯤 되면 “그럼 대체 그놈의 5분 혼잣말이 뭔데?”라고 묻는 분들이 있을 것 같다. <5분 혼잣말>은 쉽게 말해, 연인과의 관계에 있어 내 행동의 개선점을 찾아 매일 5분간 반복해서 중얼거리는 것을 말한다. 구체적인 시행 방법에 대해서는 3장에서 살펴볼 것이다.


여기에선 <5분 혼잣말>이 시작된 전후, 우리의 관계의 모습을 극명하게 대립시켜 보여주고자 한다. 우리의 과거 모습으로부터 여러분은 지금 본인 커플의 모습을 비춰볼 수 있을 것이다. 또 변화된 우리 모습에서는 여러분 커플이 앞으로 변화할 미래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과거 모습은 아래와 같았다.




1. 과거의 우리


(1) 우리는 길거리에서 다투는 커플이었다.


길거리를 지나가다 맹렬하게 다투는 커플들의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아니면 한 사람이 막 쉴 새 없이 말을 쏟아내고 다른 한 사람은 울고 있는 모습은? 그게 바로 우리의 모습이었다. 우리는 걷다가 의견 대립을 하다 보면 종종 길거리에 멈춰 서서 논쟁을 하곤 했다. 그러다 여자친구가 길거리에서 우는 경우도 있었다. 아니면 한 명이 기분이 상해서 집에 가 버리기도 했다.


(2) 울어야 싸움이 끝났다.


우리는 격렬한 싸움을 한바탕 할 때마다 한 명은 꼭 울어야 싸움이 끝이 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둘 다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기가 어려워져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그래서 싸움이 점차 길어지고, 나중에는 둘 다 울어야 싸움이 끝나는 경우가 많아졌다.


(3) 싸울 때 상대방을 향해 비꼬는 표현을 했다.


특히 나는 싸울 때 여자친구를 향해 비꼬는 표현을 많이 했다. “그러면 내가 참 좋아하겠다” 라든지 “또 한 번 더 그런 행동 해보지 그래?”라며 비꼬았다. 한 번 비꼬기 시작하니, 싸울 때마다 비꼬는 게 습관화되었다. 내가 비꼬곤 하면 여자친구는 내게 비꼬지 말라며, 때론 애원하기도 하고 때론 비난하기도 했다. 내 비꼬는 행위는 <5분 혼잣말>로 완전히 고쳐지기 전까지 계속됐다.


(4) 여자친구를 내 기준에 맞게 바꾸려고 했다.


성숙한 커플이 되기 위해서는 서로가 상대방에게 특화된 사람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다만, 지금은 내가 여자친구를 위해 변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반면, 그때는 여자친구가 나를 위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를테면 ‘나는 사랑 표현이 많은데 왜 여자친구는 내게 사랑 표현이 적지?’ ‘왜 여자친구는 카톡을 보낼 때 짧게 보내지?’ ‘왜 이 상황에서 여자친구는 짜증을 내지? 나라면 안 낼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었다. 여자친구의 행동을 마땅치 않게 보는 이 마음이 계속해서 싸움을 유발했다.


(5) 우리의 관계가 삶을 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의 지장을 초래했다.


매일 싸우다 보니 시험기간 때도 예외가 없었다. 시험기간 때 싸우다 보면 이게 올바른 관계인 건지, 정상적인 건지, 다른 커플들도 이러는 건지 심각하게 고민이 됐다. 또한 우리가 싸우고 나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예컨대, 내가 친구들과 같이 있을 때 여자친구와 카톡으로 싸우게 되면, 여자친구와 계속 메시지를 주고받느라 친구들에게 집중하지 못했다. 그러면 친구들은 나의 눈치를 봐야 했다.




2. 지금의 우리


(1) 전혀 싸우지 않는다.


<5분 혼잣말>을 시작한 8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전혀 싸우지 않는다. <5분 혼잣말>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나자,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감정들을 ‘알아차리기’ 시작했으며 싸움의 빈도가 절반 가량으로 줄었다. 2년이 지나자 싸움의 빈도는 1년에 두 번 정도로 줄어들었다. 3년이 지난 후부터는 1년에 한 번 싸울까 말까 한 상태가 되었고, 지금 우리는 안 싸운 지 몇 년이 지났는지 모를 정도가 되었다. 당연히 길거리에서 예전처럼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지도 않고, 아내에게 비꼬는 일도 전혀 없다.


(2) 같이 눈물 흘리는 일이 없다.


지금도 여전히 내 의도치 않은 말실수로 아내가 화를 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난 아내의 분노에 똑같이 분노로 대응하지 않는다. 또 지금도 여전히 나의 행위로 아내가 속상함을 느껴 눈물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나는 예전과 달리 내 잘못을 인정하고 아내의 마음이 괜찮아질 때까지 기다린다. 지금도 여전히 나는 아내에게 섭섭한 감정을 느낄 때도 있다. 때론 눈물이 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 감정이 일시적이라는 것을 알고 금세 다른 일에 다시 집중한다. 그러다 보면 그 감정이 언제 그랬냐는 듯 말끔히 잊힌다. 더 이상 우리는 예전처럼 서로 눈물 흘리면서 슬퍼하는 일이 없다.


(3) 상대방이 화가 났을 때에는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우리는 이제 상대방의 잘못만 지적하지 않는다. 상대방이 화가 났을 때에는 자기 자신의 잘못을 순순히 인정한다. 물론 지금도 의견 대립이 있을 때면 여전히 내 마음속에선 내 잘못이 아니라 백 프로 아내 잘못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5분 혼잣말>로 훈련한 덕에 곧바로 이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알아차린다. 또한 아내의 잘못을 지적하는 순간 우리의 관계가 또다시 파멸로 치닫게 된다는 위협감이 느껴진다. 그러고는 다시 나에게로 시선을 돌려 내게 어떤 잘못이 있었는지를 돌아본다.


아무리 봐도 내게 잘못이 없다고 생각될 때도 있다. 이때에는 적어도 아내의 관점에선 내가 잘못한 것으로 보였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즉, ‘아내의 관점을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이 경우에도 역시 내 잘못을 순순히 인정하고 사과한다.


(4) 우리의 관계는 내 삶을 성장시키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아내와 싸우질 않으니 아내와 함께 있는 시간이 즐겁다. 가장 친한 친구가 바로 내 아내다. 서로 있으면 깔깔거리는 시간이 많다. 예전처럼 음식 취향이 다르고, 영화 취향이 다르지만 상관없다. 아주 조금이라도 맞는 부분이 있다는 게 다행이다. 국물이 있는 음식을 즐기진 않았지만, 자꾸 먹어보니까 맛도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맞는 부분을 늘려 나가니 재미가 느껴진다.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맞는 사람으로 변화해가면서 우리 관계에 대한 신뢰와 확신이 더해간다. 이렇게 되니 내가 삶의 다른 영역에서 좌절을 느껴도, 아내와의 관계를 통해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다. 더 이상 우리의 관계가 나의 성장을 가로막는 요소가 아니라, 내가 내 분야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에너지이자 든든한 지원군이 되었다.




이게 바로 과거의 우리와 현재의 우리의 모습이다. 어느덧 나는 내가 과거에 감히 따라 할 수 없다고 느꼈던, 그토록 부러워만 하던 1유형의 커플이 되어 있었다. 어떤가, 우리의 과거 모습에서 여러분의 모습이 보이는가? 그렇다면 우리 커플을 바꿨던 것처럼 <5분 혼잣말>이 분명 여러분의 삶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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