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우린 그날 이별하게 되었을까? 다행히도, 우린 그날 헤어지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에 대해 더 노력하기로 하고, 관계를 지속해 나가는 데 합의했다. 그렇게 합의는 했지만, 실제로 해결된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이미 관계 개선을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이라고는 다 해봤다. 그럼 어떤 노력을 더 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가 이별을 논의한 한여름 날 밤, 나는 방에 돌아와서 울었다. 그리고 나선 머리를 싸맸다. 무언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무언가 바뀌지 않으면 우리의 관계는 100% 똑같을 것이다. 나는 우리의 먼 미래를 상상해보았다. 만약 우리가 지금과 똑같이 연애하면서 결국 결혼에 성공한다면, 과연 앞으로 남은 70년의 세월 동안 지금과 똑같이 싸우면서 살 수 있을까? 대답은 “아니오”였다. 이렇게 살다가는 남은 내 인생이 너무나 불행해질 것 같았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나는 곧바로 펜을 집어 들고 A4를 펼쳤다. 그리고 나선 지금까지 우리가 싸웠던 장면들을 쭉 떠올려봤다. 눈물과 고뇌가 버무려진 상태로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끝에, 나는 지금껏 할 수 있었음에도 내면에서 애써 부정해왔던 딱 한 가지가 남아있음을 알게 됐다. 그리고 그 깨달음을 일기장에 적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난 철저히, 처절히 지겠다. 싸움은 서로가 양보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따라서 한 사람이 지면 싸움은 발생하지 않는다. 그 지는 사람은 내가 되어야 한다. 혹여나 우리 관계가 끝나더라도, ‘그래도 난 내 모든 노력을 다 쏟았기에 후회가 없다’고 말할 수 있도록.”
즉, 내가 할 수 있었으나 내 깊은 곳에서 부정해왔던 것, 내 동물적 본성이 행하기를 거부해왔던 것, 내 무의식 속에 최후의 보루로 꽁꽁 숨겨두었던 것, 그것은 바로 ‘내 자아의 완전한 무너짐’이었다.
이게 바로 오늘날 우리의 관계를 완전히 바꿔버린, <5분 혼잣말>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