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그렇게 넓다길래 제가 한번 가봤습니다-1-

미국 서중부 한달 여행기

by 석원진


LA의 기분좋은 바람과 따스한 햇빛 아래서 석양을 바라보며 마시는 맥주는, 불확실성 속으로 기꺼이 뛰어든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보상이다.

성공은 철저한 반복과 규율로 이루어진다고 믿는 나는, 20대 초반 정해진 장소, 정해진 시간, 정해진 루틴을 지키며 지루한 매일을 살았다. 매일 같은 일을 하는 건 몹시 지루하고 괴롭다. 하지만 나는 그 지루함과 괴로움이야말로 성공을 위해 감내해야 하는 값이라고 믿었다. 확실히,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갈고 닦은 기질과 능력은 남이 쉽게 따라할 수 없는 조용한 내면의 힘이 된다.


그러나 나는 그 ‘매일의 노력’에 지나치게 매몰되어 불확실성을 과하게 경계하게 되었다. 꾸준함만이 성장의 조건이라 생각했고, 그래서 루틴에 집착했다. 물론 꾸준함은 중요하다. 다만 오직 그것 하나만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요소는 아니다. 자신과 다른 생각, 다른 환경에 스스로를 노출시키며 ‘다름’을 경험하는 개방성 역시 사람을 크게 바꿀 수 있다. 이것이 모든 사람의 모든 인생에 맥락 상관 없이 적용되는 진리는 아닐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나는 이 개방성으로 사고방식이 바뀌었고, 목표가 바뀌었고, 운명이 바뀌었다.


언젠가 한 번은 꼭 미국에 가보고 싶었던 나에게, 대학교 4학년이 되자 마침 좋은 핑계가 생겼다. LA에서 열리는 취업 박람회였다. 한창 학기 중이기도 하고 취업 활동도 하던 나는 박람회를 알아보던 중, 박람회 3주 뒤에 버크셔 해서웨이 정기 주주총회가 오마하에서 열린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고등학생 때부터 그토록 좋아하고 따르던 워렌 버핏을 어쩌면 마지막으로 직접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나지만 과감히 비행기 티켓을 샀다. 그리고 비행기 값이 비싸고 체류 기간이 긴 만큼, 이 여행을 ‘최고’로 만들 끝내주는 계획이 필요했다.


내가 미국에서 머물 4월과 5월은 일본 취업 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였다. 게다가 그때 듣는 수업이 24학점이나 됐다. 한 달 동안, 무엇을 얻을지도 모르는 해외여행을 간다는 건 몹시 부담스럽고 불안하며 무모한 결정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 결정에 나보다 주변 사람들이 더 불안해하고 걱정했다. 내 주변에 MBTI에서 F 친구들은 얘기를 듣는 것만으로 불안해 했다. (FJ는 입에 거품 물고 기절할 지경이었을 것이다.)


LA에서 출발해 오마하로 끝나는 한 달 여행. LA에 도착하자마자 게스트하우스에서 현지 친구를 사귀고, 같이 술집에 간다. 그리피스 천문대와 할리우드를 지나고, 머슬비치에서 맨몸운동을 한다. 차를 빌려 3시간 거리의 조슈아 트리를 들른다. 라스베가스 카지노에서 블랙잭을 한다. 그랜드캐년과 앤텔롭캐년을 지나 샌디에이고 동물원을 보고, 마지막으로 오마하로 날아가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 참가한다. 대략 한 달짜리, 끝내주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 계획에는 네 가지 문제가 있었다. 첫째, 취업 활동으로 가장 바쁜 시기에 여행을 가는 만큼 큰 지장이 생긴다는 점. 둘째, 상당한 거리를 차로 이동해야 하는데 나는 면허를 2년 전에 따고 단 한 번도 운전해본 적이 없는 장롱면허 소지자라는 점. 셋째, 해외여행이라고는 기억도 안 나는 어린 시절을 제외하면 일본밖에 가본 적이 없고, 미국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는 점. 넷째, 이 모든 걸 혼자 해야 한다는 점.


불확실성이라는 단어만큼 이 여행을 정의해줄 단어가 없다. 불확실한 보상 아래서 선택할수록 기대효용이 줄어든다고 배운 명색의 경제학도가, 비이성·비합리성으로 가득 찬 계획을 짜고 내면의 직관에 100퍼센트 의존해서 여행을 계획한 것이다. 내 평생 인생에서 가장 충동적이고 즉흥적인 결정이 갱신되었다.


KakaoTalk_20251223_175538428.jpg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요?




-2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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