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워라밸 vs워라매

워라밸의 개념을 다른 의미로 바꿔 생각해 보기

by 채드 박

진지하게 생각했다.

일이 곧 = 삶이 될 순 없을까 하고.

되도록이면 즐거운 일이 곧 = 행복한 삶이 될 순 없을까 하고.


비꼬아가며 생각했다.

일이 얼마나 그렇게 싫길래 그토록 라이프를 갈구하는 거냐고.


워라밸이 무수히 논쟁이 되는 것은 우선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도무지 알 수 없는 각 단어의 정의로부터 왔다.


일은 무엇인가 삶이 무엇인가를 제대로 정의하기도 이른 사회 초년생들에겐 수많은 물음표만 남기고, 결국 “그래 내 삶은 소중해”라는 의식의 흐름으로 일을 적게 하는 것을 미덕으로 마침표를 찍어 자기만의 사전을 만들어 버린다.


세상사 직업이 이제는 개인이 그 직업을 어떻게 정의를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시대에, 우리가 일 이란걸 제대로는 정의할 수 있을까? 근로기준법에 의한 보상을 위해 제공하는 노동? 글쎄. 그렇기엔 너무나도 복잡한 세상이 되었는걸.


[워라매_워크 앤 라이프 매칭]

'워라밸'은 일은 힘들고 고되다는 인식의 밑바탕에서 나왔다. 일이 힘드니 최소한으로, 받는 만큼만 받고 해야 하며 과로하면 몸이 망가진다 라는 인식이다.


그런데, 일을 안 하는 사람들에게 취업과 구직이란 세상 어려운 난제이고 갈구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나는 워라밸을 위해 취업한다 라는 사람은 아직까진 본 적 없다. 결국 워라밸은 일을 해보고 나니 힘들다, 그러니 좀 쉬자 라는 단순한 원리에서 나오지만 나는 일이라는 것이 그렇게 치부될만한 존재로 여기는 사회는 건강하지 않은 사회라고 생각한다. 일이 귀한 이유는 당연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시 의문이 생기겠지.

그러면 워라밸을 생각하는 것은 나쁜 것인가? 아니면 부정확한 것인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워라밸보다는 워라매(워크 앤 라이프 매칭)를 향한 동적인 정의로 바뀌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할 뿐이다.


워라밸은 워크와 라이프가 정확히 5:5로 균형을 이룬다면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건강한 삶을 영위한다는 어떤 상태의 정적인 상태를 말한다고 느꼈는데, 그보다는 우리가 더 좋아하는 일을 많이 하려면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지,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싫어하는 일이 아니라 보람을 찾고 즐길 수 있는 일을 하도록 국가는, 사회는 또 개인은 어떤 고민을 해야 할까 라는 고민이 나에게는 더 큰 주제로 다가올 뿐이다.


내가 다녔던 외국계 회사들은 대부분 HR에서 내부 직무순환(Job Rotaion), 내부지원(Interval Appication)을 활성화하는 제도를 가지고 있었고, KPI(Key Performance Indication)으로 설정하여 HR 로서 직원들을 얼마나 많이 다른 직무를 경험하게 하고 그 에 맞는 매칭을 하는지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직원의 유능함을 어떠한 직업적 직무적 상태로 보지 않고 물레방아처럼 돌아가는 선순환으로 보는 것이다. 이 또한 일과 삶의 매칭을 위해서 노력하는 일부분으로 나는 보았다.


[양보단 질]

내가 워라밸에 대해 직장에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할 때면 항상 큰 주제의 꼭지는 출퇴근 시간에 대한 것이었다. 어떤 친구는 9-6 하루 8시간 칼근무를, 어떤 직장인은 영업사원으로 퇴근 이후 수시로 걸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야간 근무를, 어떤 후배는 물류센터의 입고일정 변경으로 주말근무를, 어떤 선배는 투잡을 하며 가구매장에서 파트타이머를 한다. 다 같은 직장인이라도 산업마다 회사마다 근무시간이 다른데 그들의 워라밸을 하나의 단어로 통합하려면 얼마나 많은 논의와 언쟁과 불필요한 계산을 해야 할까 생각해 보니 머리가 띵 해졌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업무를 양적으로 계산하지 않고 질적으로 계산하자는 것이었다. 얼마나 그 일이 본인에게 의미가 있는 것인지, 그 일을 하는 것이 주변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어 보람 있게 하는 것인지, 그 일에서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게 하려면 업무를 단순히 시간에 의한 만족도로 보는 것보다는 질적으로 다루는 것, 철저히 그 일을 개인화하여 해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다가오는 것이다.


[9시 출근이면 언제 사무실에 도착해야 할까]

워라밸을 다룰 때 출퇴근 시간은 언제든지 화두다. 9시가 출근시간이면 언제 사무실에 도착해야 하는 문제로 최근 예능프로그램에서도 연예인들끼리 논쟁을 하는 것이 화제였다.

이 논쟁의 주제는 시간의 함정이라고 생각했다. 직장인을 셋으로 나눈다면 하나는, 정시에 출퇴근하지만 업무성과가 뛰어난 직원, 둘은 미리 출근하고 늦게까지 야근하지만 업무성과가 나오지 않는 직원, 마지막으로 지각을 밥 먹듯 하면서 성과도 안 좋은 직원 이렇게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해 보자. 보통 이 경우에 우리는 그 직원이 언제 출근하지에 따른 행동 자체에 대해 그 직원을 대하는 태도 또는 평가를 명확히 할 수 있을 뿐이며 단순히 출퇴근 시간만으로 그 직원의 유능함과 무능력, 또는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란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 이유는 회사는 이윤을 내기 위해 직원의 월급과 그보다 더 많은 성과를 가져와야 하기 때문이고, 그 직원의 출퇴근에 대한 성실함에 대해서는 회사는 생각보다 많은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9시 출근에 대한 논쟁을 여러 번 지켜보며, 출퇴근시간 제도가 많은 한국의 기업들이 유연근무제를 확대하고 성과평가 제도의 개선, 급여체계의 진화의 토대를 마련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했다. 결국 그 논쟁 자체도 워라밸의 양적인 부분만 신경을 쓰느라 그 직원의 역량과 진정한 동기 등을 도외시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더 유연하고 명확한 출퇴근 제도, 그에 따르는 성과와 평가에 대한 보상의 질적인 성장을 이루게 한 의미 있는 논쟁이었지 않았을까.


[동기 Motivation]

내 생에 첫 월급은 군대에서였다. ROTC를 한 덕에 장교로 군생활을 했고 9급 공무원 수준의 월급을 받았으며, 공무원증을 항상 지니고 다녔다. 하지만 온전히 국방부에서 지급되던 나의 월급은 내가 온전히 결정한 직업은 아니었다. 군대를 가야만 했고, 돈을 조금이라도 더 벌 수 있는 ROTC를 하게 된 것이었다. 물론 군생활 시작과 끝 사이에 무수한 경험들과 고뇌들, 경험들이 축적되었고 국방의 의무를 다하며 장병들을 교육하는 직책으로서 많은 직업적 보람을 가져다주기도 했지만, 전적으로 나에게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면 나는 군인을 선택하지는 않았음은 분명하다.


군대에서는 워라밸은 상상이 안 되는 것이었다. 국가에 종속된 신분으로 산다는 것은, 나의 라이프보다는 국가의 명령이 우선되기 때문이다. 최소 3일에 한 번은 밤새 당직을 서야 했고 그나마 당직 이후에 오전 근무취침은 하기도 어려웠을 때가 많았다. 주말이면 간부들과 축구, 러닝, 종교행사에 참석해야 했다. 그럼에도, 나의 많은 군 동기와 장병들 중엔 군인이 되고 싶어 전적으로 ROTC에 자원하고 입대 후에도 진급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던 이들이 있었다. 그들이 나와 달랐던 유일한 하나는 그곳에 온 '동기(Motivation)'이었다. 나는 그들과 같은 월급 같은 장소 같은 짬밥을 먹었지만 분명 군인이라는 직업을 대하는 태도는 180도 달랐다. 같은 초과근무를 해도 그들과 나의 목적은 달랐다. 나는 돈이었고 그들은 직업에 대한 존경심이었다. 나도 물론 내가 장교생활을 하는 것이 자랑스럽고 존경받고 싶어 애를 썼지만, 내 군인에 대한 직업 선택의 동기(Motivation)를 그들과 비교할 것은 아니었다.


내 꿈은 원래 PD였다. 제대를 3개월 앞둔 제대예정 군인 중 한 명인 나는 PD를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제대 후 바로 돈을 벌어야 하겠다는 생각에 지배당했고 결국 30여 개의 일반 회사를 지원하여 서류가 통과된 유일한 곳의 회사에 면접기회를 받아 합격했다. 하지만 그 회사에서의 생활은 매우 끔찍했다고 회상한다. 내가 선택한 곳이 아닌 어쩔 수 없이 선택된 곳. 그곳엔 내 진정한 직업적 동기에는 경제적인 월급 외엔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었으리라.



[최소한의 밸런스 그리고 적극적인 잡 매칭(Job Matching)]

나는 워라밸이라는 정의가 존중되어야 할 가치로 승격되기 위해서는 유일한 원칙, 즉 그 일이 하기 매우 힘든 물리적, 육체적 작업이어서 신체적 정신적 안전에 위협이 될 때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을 사회적 차원에서 보호해야 한다고 믿으며 주 52시간 근무의 보호막, 모성보호법에 의한 보호막 등 사회적 장치는 소중하다고 믿는다. 다만, 그 보호받는 차원과 더불어 그들이 진정 잘할 수 있는 일, 즐기면서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 수동적인 보호의 원칙보다는 적극적인 워라매에 대한 국가적인 접근이 더 중요하면 좋겠다고도 믿는다.



[삶에 일이 있는 것인가 일에 삶이 있는 것일까?]

워라밸의 정의하고 해석하고 논쟁을 끝내려면 일과 삶의 중요도가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같아야 하는데, 꼭 그렇지 않기 때문에 오는 부조화에서 우리는 이 논쟁이 쉽게 끝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예감한다. 삶에 일이 있는 것인가? 일에 나의 생활이 담길 수 있는 것일까?

근로는 나라가 정한 국민의 의무 중에 하나인데 그렇다면 근로하지 않고는 살아가기 힘든 시기에, 일이 삶의 토대인가 삶을 위해 일은 많은 조건 중 하나일 뿐일까?


[일이 즐겁겠나?]

정말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다. 일이 즐거워서 하냐 돈 벌려고 그냥 하는 거지. 이런 말을 들을 때면 순간 100% 공감하다가도, 어느 순간 0% 공감으로 수렴하기도 한다. 만약 일이 즐겁지 않다는 명제를 보편화해서 모두에게 적용한다면, 매일 우리는 지옥에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내가 어떤 일을 해보고 싶은지, 잘하는지, 원하지 않는 일을 시작하더라도 즐거운 요소들과 다음 성장을 위한 배울 점은 무엇인지를 찾는 것인 직장인들에게 주어진 평생의 숙제와도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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