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2025/05/13
회전문을 지난다
하고 싶은 것이 가득한 아이에게 내어준 작은 공간,
알콩달콩 연인들에게 주는 향기로운 공간,
흥분한 사람에게 여유를 주는 숙고의 공간
따스하고 시원한 곳으로 나가
뉘엿뉘엿 지는 태양을 바라보고,
앞으로 뒤로 움직이는 자동차 바퀴를 본다.
모든 것이 회전한다.
사람들의 손도 유리 타일을 쉴 새 없이 문지르며 세상을 본다.
경복궁의 담장 기와도 끊어져 있지만 궁을 둘러싸고 있고
그루터기의 나이테도 회전하며 자신이 몇 살인지 보여준다.
문뜩 떠오른 생각이 있다.
나는 회전하고 있나?
물레가 돌듯이 의미 있는 것을 뽑아내는 회전을 하고 있나? 아니면 쳇바퀴 돌듯이 변화 없는 곳에 머물고 있나?
지구의 자전에 얹혀살면서 지구의 공전을 마치 내가 회전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닐까
순환하는 모든 곳에서
나는 중력에 기생하는 사람일까 아니면 발자국을 새기며 나아가는 사람일까
눈동자를 이리저리 돌리면서 한 주(周)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