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22]행복을 위해 필요한 악화가 아닌 양화

강쌤과 함께 나누는 100일의 생각 산책

by 해피강쌤

신문에 실린 두 편의 기사가 인상적이다. 하나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경제 이야기와 다른 하나는 20·30대는 못 열고 60대는 안 연다는 지갑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대영제국 만든 '숨은 조력자' 위대한 상인, 토머스 그레셤

<매일경제> 6월 2일자


16세기 중반 영국의 파운드화(貨)는 왕에 의해 가치를 잃었다가, 상인에 의해 가치를 다시 되찾았다. 돈에 관한 헨리 8세와 토마스 그레셤의 역사 이야기가 흥미롭다.


사치와 향락을 일삼았던 헨리 8세의 결정적인 실정(失政)은 돈이었다. 왕실 재정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싸구려 은화를 생산해 사람들을 속이고 빚을 줄였다. 이 사건을 잉글랜드 화폐의 대타락(The great debasement)이라고 한다. 왕은 무능했지만 상인은 유능했다. 잉글랜드 무역량의 상당량을 차지했던 그레셤 가문의 토마스 그레셤은 떨어진 파운드화의 가치를 다시 더 높게 끌어올렸다.


헨리 8세는 싸구려 금속을 섞어 만든 은화로 상인들을 속였고 그것으로 국가에 대한 신뢰를 떨어트렸다. 왕에에 대한 직언으로 강력한 구제 정책을 펼쳐 파운드화의 가치를 되찾고 국가의 신뢰 또한 다시 되찾았다. 국가에 대한 신뢰와 관련해 화폐는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시기였다.


토마스 그레셤은 공적으로 너무나 훌륭한 인물이지만 사적으로는 정반대였다. 과부의 재산을 노린 결혼, 그리고 비도덕적인 결혼 생활, 자신의 죽음 이후를 염두한 유언에서 가족에게 냉정했던 비인간적인 그의 모습은 훌륭한 것이 하나도 없다. 공과 사 모두 훌륭하기는 어렵지만 그가 이룬 최고의 업적에 비해 그의 가정생활은 최악 그 자체였다.


헨리 8세가 쏘아올린 나쁜 돈으로부터 국가의 신뢰를 되찾는 과정에서 그 유명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Bad money drives out good)는 말이 생겨났다. 그의 이름을 딴 그레셤 법칙은 말 그대로 나쁜 것이 좋은 것을 밀어내고 몰아낸다는 뜻이다.


그가 발견한 것은 나쁜 돈, 악화였다. 그로 인해 좋은 돈, 양화가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그가 발견하지 못한 또는 모른척한 악화는 가정에 철저히 부도덕했던 자신의 모습이다. 그로 인해 가정의 행복, 양화는 결코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어쩌면 그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지갑 못 여는 2030, 안 여는 6070

<중앙일보> 6월 2일자


20·30대는 못 열고, 60대는 안 연다는 기사의 내용이 의미하는 것은 이다. 돈! 의식주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돈은, 그 기능이 의식주에서 끝나지 않는다.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또한 꿈꿀 수 있게 만드는 거의 모든 과정에서 돈은 필요를 넘어 필수가 된지 오래다.


경제적 여유가 없어 지갑을 못 여는 젊은층의 물질적 결핍은 정신적 여유의 자리를 내어주지 않을 수 있다. 노년에 대한 두려움이 경제적 여유를 온전히 누리지 못하게 하는 노년층의 경우도 문제다. 각자의 악화가 행복한 삶을 위해 양화를 한사코 몰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젊은층은 못 열고, 노년층은 안 연다는 지갑을 장년층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장년층은 못 여는 것도 맞고, 안 여는 것도 맞다. 양쪽 모두에 해당되는 장년층에게 돈은 악화 그 자체다. 돌봐야 할 자녀와 돌봐드려야 할 부모가 있는 완벽히 낀 세대에 속하는 장년층은 이래저래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에 세 가지 형태가 있다고 믿었어. 첫 번째 형태는 쾌락과 만족을 누리는 삶이야. 두 분째는 자유를 누리는 책임감 있는 시민의 삶이고, 세 번째는 탐험가와 철학가의 삶이지.

<소피의 세계> 요슈타인 가아더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의 세 가지 형태를 강조하며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경계했다. 하나만을 강조하는 것은 반쪽 인생을 사는 것이라며 행복에 있어 조화와 균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위대한 업적이 이루어낸 빛 뒤에 불행했던 가족들이 만들어낸 그림자가 존재했던 그리셤 개인에게 가족은 악화로 끝이 났다. 젊은층의 경제적 결핍과 노년층의 노년에 대한 불안 또한 악화만을 남기는 것으로 끝날 수 있다. 낀 세대에 속하는 우리 장년층 또한 수많은 악화로 양화가 위협받고 있다.


하지만 쌓아온 경험은 젊은층보다 유리할 수 있다. 두려움에 맞서는 용기도 노년층보다 더 클 수 있다. 그러므로 끼어 있지만 나름의 장점을 갖고 있는 장년층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것을 어느 세대보다 더 잘 막아낼 수 있다. 이중고를 겪고 있는 장년층이지만 어쩌면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을 추구하기에 가장 적합한 세대가 바로 장년층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행복을 위해 중용을 강조했던 것처럼 장년층 또한 소소할지라도 양화가 되기에 충분한 것들을 놓치지 말고, 악화로부터 우리를 잘 지켜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더 적극적인 일상에 대한 관찰이 필요하다. 자신의 마음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하기 위한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가 고학년이나 중등이라면, 달러에 대한 위안화의 강세를 가볍게 설명하며, 화폐와 국가 경쟁력의 상관관계를, 소크라테스가 말한 행복의 세 가지 형태를 설명하며, 현재 나는 어떤 모습에 가까운지 등을 이야기해 보자.


아이가 초등 중학년이라면, 그리셤에 대한 이야기를 간단히 들려준 후, 역사적으로 위대하고 훌륭했지만, 개인적으로 훌륭하지 못했던 그 사람을 평가해 보자, 나라면 무엇을 더 중요하게 여길 것인지, 둘 다 잘 해내기 위해 해야 할 노력과 자세는 무엇인지 등에 관해 이야기해 보자.


가족이 모두 모여, 행복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정의내린 후, 그것을 방해하는 악화에 해당하는 요소와, 도와주는 양화의 요소 등이 무엇인지 이야기해 보자!


눈으로 읽어내려간 글과 그로 인해 스쳐간 생각을 논술이라는 이름으로 붙잡아 둔 오늘의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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