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쌤과 함께 나누는 100일의 생각 산책
야생난초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계속 개발되는 품종과 사람들의 열렬한 난초 사랑의 본질이 무엇일까 생각한다.
<식물학자의 숲속 일기> 신혜우
우리집 막내는 초등 6학년이다. 하기 싫은 이유와 하지 않은 것에 대한 변명이 늘어나는 막내의 모습은 오빠들의 그 모습과 닮았다. 그 모습이란 사춘기!
우리집 막내도 드디어 자아의 씨앗이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막내의 사소하고 소심한 반항이 땅 위로 빼꼼히 고개를 내민 초록 새싹처럼 귀엽다.
귀엽고 다소 시끄러운(말이 많은) 막내를 보며, 아이의 진로를 생각해봤다. 그림을 잘 그렸던 막내는 어느 날 갑자기 재능의 영역에서 취미의 영역으로 미술의 방향을 바꿨다. 오빠들의 그 모습과 닮았다.
피아노를 좋아했던 첫째가, 그래서 피아노를 진로로 정해 예중을 가려고 했던 첫째가 슬램덩크에 넋이 나가, 어느 날 갑자기 피아노를 딱 끊었다. 아들과 나를 연결해주던 피아노 소리가 사라졌다.
머리가 비상했던 둘째가, 뭘 해도 뛰어났던 둘째가, 동글동글 귀여운 얼굴에 어울리는 파마 머리를 싹둑 다 잘라 버리고, 어느 날 갑자기 반삭을 하고 나타났다. 딸 같았던, 친구 같았던 둘째가 사라졌다.
우리집 삼남매가 조용히, 때로는 강하게 퍼붓는 시간차 공격으로 인해 심신이 피로해지는 날이 부쩍 많아지고 있다.
논술을 배우는 학생 중에, 국제고나 외고 입시 설명회를 다녀온 친구들이 몇 명 있다. 새로운 동기 부여와 자극을 받고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집 삼남매를 생각했다.
피아노를 계속 했더라면, 머리를 반삭을 하지 않았더라면, 미술을 계속 했더라면... 철저히 과거에 얽매여 아쉬움으로 삼남매를 바라보는 내 마음이 참, 좁다!
그림 그리는 식물학자 신혜우 작가의 <식물학자의 숲속 일기>에 난초를 전시하는 오키드쇼에 관한 에피소드가 있다.
지구에는 약 2만 5000여 종의 야생 난초가 있다.
축제나 전시회장 그리고 꽃집에서 만나는 난초는 품종이 개량된 재배 난초다.
재배 난초 또는 온실 난초라 불리는 개량 품종의 난초는 모두 예쁘게 보이기 위해 만들어졌다. 예쁘게! 보이기! 위해 만들어!졌다.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 꽃을 사랑하며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정확히 무엇일까?
<식물핮가의 숲속 일기> 신혜우
식물학자인 신혜우 작가가 그리는 것은 원예품종이 아닌 야생식물이다.
삼남매의 엄마인 내가 꿈꾸어야 할 삼남매의 모습은 잘 길러진, 길들어진 누구와도 똑같은 삼남매가 아닌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삼남매다.
미술이 아니라도, 피아노가 아니라도, 공부가 아니라도 아이들은 여전히 무한한 다양성으로 빛나고 있음을 어째서 나는 나도 모르게 망각하게 되는 것일까.
내가 원하는 것은 예쁘게 보이는 것만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개량 난초가 아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거대한 자연에서 자신만의 미를 뽐내며 주변의 식물들과 어우러져 살아갈 야생난초다.
부지불식간에 스며드는 좁은 마음으로 스스로 내 아이를 야생 난초에서 개량 난초로 그 가치를 떨어트릴 수 있음을, 조심하고 또 조심하자!
태그#야생난초#사춘기#식물학자의숲속일기#야생난초의다양성 태그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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