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켜줄게 언니가 옆에 있어줄게 아무 걱정 마.
나는 한 살 차이 나는 곱슬머리 여동생이 있다. 우리는 같은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했고 학교를 다니는 내내 손을 잡고 등하교를 할 정도로 우린 친밀했다. 우리는 겉모습이 닮기도 하고 목소리도, 생각하는 것도, 행동하는 것도 많은 점이 비슷했다. 어렸을 때 부터 쌍둥이 같다는 소리를 듣고 자랐으며 지금까지도 나는 동생과 쌍둥이처럼 느껴질정도로 감정을 포함한 모든 것을 나눈다. 내게는 엄마보다도 더 소중한 존재가 내 동생 김예은이다.
나는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본가와는 거리가 있는 서울로 독립했다. 가정에서 받은 상처를 나몰래 숨기고 있을 때였다. 소중한 내 동생을 집에 두고 나 혼자 떠나는 것이 죄책감이 들었지만, 그 때는 내가 살아야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렇게 난 상처라고는 다 잊고 나의 삶을 살려고 노력했다.
그러던 어느날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수화기 너머 속 동생은 목이 터져라 울고 있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동생이 나와 같은 상처를 겪은 건 아닐거야 애써 부정해보았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미 알고 있었다. 내 동생도 나와 같은 상처를 받은 것이다. 내가 없는 동안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이다. 나는 그날부터 동생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마음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동생은 무너져갔다. 동생이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동생은 나에게 못된 말도 서슴없이 뱉어냈다. 동생에게 엄마도 ‘믿음’의 대상이 아니었기에 내가 동생의 보호자 역할을 해야 했다. 동생을 돌보기 위해 동생과 자취를 시작했다. 나는 아기를 돌 본 경험이 없긴 하지만 동생을 돌보는 것은 마치 예민한 아기를 돌보는 것 같았다. 우울증에 걸리면 입맛이 사라진다. 항상 식사시간이 되면 난 마음을 졸여야했다. ‘이번 음식은 합격일까 불합격일까… ’ 동생은 거의 모든 음식을 잘 먹지 않았다. 모두가 잠이 드는 시간 내 동생은 마음 속 분노를 다 풀어야 잠이 오는지 항상 나에게 떼를 썼다. 동생은 “잠 못자겠어! 불편해! 다리도 아프고 몸은 간지럽고 이불도 베게도 다 불편해서 잠을 못자겠어!”라고 불편한 점들을 늘어놓거나 아니면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며 울었다. 그런 하루하루들이 나에겐 이제 일상이 되어갔다.
처음엔 동생 몰래 많이 울었다. 엄마에게 전화해 화풀이를 하기도 했다. “엄마가 엄마인데 내가 왜 동생 옆에 있어야되는거야! 나는 더 못하겠어!“, 마음속으로 동생을 욕하기도 했다. “이제 그만하고 자라 좀..너는 쉬지만 나는 내일 출근도 해야한다고 어휴 이성질머리..”라며..그러면서도 잠든 내 동생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며 나는 항상 동생에게 말해줬다.
“언니가 옆에 있을게 걱정하지말고 자 언니가 미안해 언니가 계속 지키고 있을게 다 괜찮아 다 괜찮아 잘자 사랑하는 예은아”
독자 여러분께
이 쯤에서 첫 장을 마치려고 한다. 독자들이 나를 걱정하진 않았으면 한다. 심각할 것도 놀랄것도 없다. 나는 “맞아 이럴 때도 있었는데 ㅋㅋ”라며 웃으며 글을 쓰고 있다. 계속되는 이야기 속에서는 우울이라는 감정이 지배적이긴 하지만 그 속에서 소소한 즐거움과 행복이 깃들어있다. 이 글이 위로가 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저자는 글을 쓰며 치유받고 있으니 감히 독자들에게 이 글을 기대해달라고 말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