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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세이 천사 Sep 30. 2023

반전이 필요할 때

내  인생은  내가 수정한다.



결혼 스토리가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었다.

내가 구상했던  줄거리는

 평범한 행복이었다.

동화 같이 읽고 나면

 미소 정도 남기면 그만이었다.

알콩 달콩은 짧아도

무던하게 이어지는, 그래서

낮잠 직전의 평온함이면

족하리라 했다.

욕심이 탈이 될까 봐

소박해서 무탈한 삶을

원했기 때문이다.


 내 인생이건만

내 맘대로 전개되진 않았다.

더구나 결혼이라는 각본은

그와 나의 공동작업인 탓이다.

운명? 이란 말처럼

대책 없는 말도 없다.

그처럼 답 없는 사건이

 인생을 비틀어버리기도 한다

돌발 장애물이라 해야 하나?



 백설공주가

왕자의 입맞춤으로 시작된

그와 나의 러브스토리는

재수 없는 운명이 개입된 둣 했다.

평범한데도 특별한 것처럼

느끼게 하는 콩깍지, 그것이

생각지 못한

장애물이었는지도 모른다.

누구나의

러브스토리가 그렇듯이

누구나처럼,

 그와 나는

둘만으로 이어지는 행복을

약속하며 결혼했다.

소소한 그리움과

별것도 아닌 기쁨을 설렘의 물감에

풀어가면서

미래를 그리곤 했다.

 티격태격도 있었지만

사랑 때문일 거라 변명했다.

결혼이야기가  그렇듯이

붉은 실로 이어지면서

무지개 궁전에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어요 될 줄 알았다.

순진해서 흐뭇한 우리끼리 이야기지만.

결혼이 사랑의 완성이라 믿었던 이상

복잡한 사건이 필요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설공주는 아이를 낳자

아줌마가 되었고,

왕자님은

아빠가 되면서 아저씨가 되어

정신없이 살고 있었다.

결혼이란 생존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인가?

의심했지만 지나쳤다.

 상상했던 결혼스토리와는

달랐지만 흘러가는 것이

인생이려니 하며

 소홀히 살았다.

그러면서  우리 부부 사이는

달달한 입맞춤도 추억이 되는

밋밋한 사이로 변했어요로

거침없이 진행되었다.

결혼하면 다들 그렇게 산다는

모호한 대중성에 그러려니로

탈없이  열심히 살아요는

 지루하게  이어지는 바람에

 재미가 없었다.


다들 그렇게?라는

의미는

그렇고 그런 말과 비슷한 말이었다.

특별한 것도 없고

맹숭맹숭해서 함께하지만

의식하지 못하는 그림자가 되어

아무 일 없이 살고 있어요라는

상황을 떠올리게 했다.

설렘도 반가움도 없는 마주침.

늘 입고 다니는 평상복 같은 존재의 느낌.

매일 먹는 커피 같은 대화들. 그리고

숙제하듯 이어지는 부부생활.

이런 게 결혼생활이야 해도

의심 없이 살아요로 이어졌다.


그래서일까?

왕자님은 특별한 사건을

만들고 말았다.

백설공주는 그럭저럭 그렇게 살아라는

부부관계에 순응했지만.

왕자님은 백마 탄 기사시절을

몰래 그리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언젠가부터 그와 나는

따로국밥이 되어 있었다.

백설공주에겐

마른하늘에 날벼락 떨어지는

 외도 사건이 왕자님에겐

설레는 로맨스였던 것이다.

하지만 별일도 아니라고

결혼 한 부부라면 한 번쯤

그런 경험 있어라는 말이

부부이야기 중 한 단락이었다.


특별할 것도 없는

특별한 일이

가끔 생을 놀라게도 한다.

왕자님 덕분에 우리의

결혼이야기는

드디어 긴장과 갈등이 이어지면서

  드라마틱해지고 있었다.

백설공주는 드라마보다 더

 깊은 상처와 배신의 아픔으로

결혼우울증에 시달리다

 헤어질 결심을

는 장면을 연출했던 것이다.

'이것은 실화다' 드라마처럼 궁금증을

일으키는 다양한 사건이 코믹하면서도

슬프게 이어지고 있었다.

그와 나의 결혼스토리는

어떻게 막을 내려야 할까?

고민하느라 앞을 예측할 수 없어

흥미진진해지고 있었다.


과연, 어떻게 될까?

칼라를 바꿔버린 결혼스토리가 궁금해졌다.

마치 이웃집 사건사고를 들여다보듯이.

결혼서막과 클라이맥스

이어지는 갈등을 무대 위에 올려보았다.

관객이 되어

비로소 태연하게 상대방을

타인으로 보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부부라는 말처럼 오래되어

식상한 말이 또 있을까.

그 말은 관계의 지루함이었으며

해방될 수 없는 구속의 의미였다.

부부보다 연인이라는 말처럼

왕자님은 백마 탄 기사로 돌아간

빛나는 시절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액션이 시작되고

기만과 속임수와 거짓말을

동원하는 악역도 마다하지 않았다.

부부라는 연결고리에서 벗어나고픈

자유를 위해 선전포고 하는

한 남자의 변화무쌍한 연기.

아무도 자신을 모르듯이

사람은 제각기 자신의 본모습이

무엇인지 모르고 살고 있었다.

아줌마가 된 백설공주는 그제야

우아함과 신비로움을 잃은

자신을 들여다보며 난감해지기 시작했다.


중략.

우리들의 결혼 연속극이

누구나처럼 이혼으로 마무리된다면

기대감도 없는  스토리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반전이 필요하다.

    바람 난 남편은 반드시 헤어져야 한다.?

어떻게 헤어져야

쇼킹한 드라마가 될까?  

밤마다 이를 갈며 연구하기도 한다.

'사랑과 전쟁'이라는 각본은

갈등 후의 이혼으로 마무리된다.

합심해서 그러자고 약속한 것처럼.


하지만,

자신의 결혼이야기는

자신이 직접 써내려 가는 것이다.

어떤 줄거리를 끌고 오느냐에 따라

바람둥이를 애처가로

변하게 할 수도 있다.

바보온달과 평강공주처럼

철없는 남편을 가정의 성군으로

등극시킬 수도 있다.

아니면 평생 머슴처럼 아내를

모시는 유쾌한 복수극으로 만들 수 있다.

갈등 뒤의 반전은 순전히 자신 몫이다.

인생이란 책은 운명이라는

무대를 펼치지만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자신이 사건을 대하는 태도로

다르게 연출된다.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이 바람났으니 분노하고

갈등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인생은 어차피 홀로 가는 것이다.

부부라 해도 잠시 내 인생에

조연으로 끼어든 것뿐이다.

주연인 자신의 스토리에 따라

조연의 역할도 달라지게 된다.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영웅이 탄생하는 순간은

위기 앞에서였다.

산이 있다면 산을 넘는 동안

강이 가로막는 순간에는

건너가는 동안 자신도 모르는

지혜를 터득하기 마련이다.

그것은 달리기를 위해

설치된

장애물처럼 다가온다.

뛰어넘을 것인가? 부술 것인가?

울다가 포기할 것인가?

결정을 내리는 것은 자신이 해야 한다.


복잡한 사건도

드라마를 보듯이 한 걸음 뒤에서

바라보면 해결점이 보인다.

내가 주인공이라면 이렇게 할 텐데.

남들처럼 할 필요는 없잖아.

  반항해 보는 것이다.

어떤 식으로 전환해야

통쾌한 마무리가 될까를

고민해 보는 것이다.


꿈꾸던 삶이

배심감과 절망이라는

독사과를 먹고

정지된 상황은 누구에게나

다가올 수 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이

직접 창조해야 하는 시점이다.

누구 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추락해선 안된다.

주인공은 어차피 자신이다.

인생을 사는 동안 생기는

우여곡절은

한 편의 드라마일 뿐이다.

그러기에

반전이 필요한 시점이 있다.

수정과 탈고 과정을 거쳐

작품다운 작품이 되듯이.

인생 스토리도

직접 수정하며 써내려 가는 동안

진정한 자신의 삶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어떤 사건도 불행으로 만들 것인가?

더 단단한 희망으로 여물게 할 것인가?

선택은 내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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