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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깨부수다

안정이라는 감옥을 부수다.

by 별나

변화란 항상 두려움을 동반한다.

안정적인 일상을 버리고 도전하는 것은 언제나 두려운 일이다.

하지만 도전하지 않으면 내 인생은 변하지 않을 것이고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을 것이다.


나의 여정은 항상 그랬다.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들을 깨닫고 성장했다.

자주 넘어졌지만, 다시 일어났다.

그렇게 어른이 되어버린 어린 나다.


이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려고 한다.

그것도 지구반대편, 볼리비아로.




나는 날았다.

눈물의 작별인사를 끝내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방금까지 그렇게 울어놓고 이젠 아무 감정이 들지 않는다.

이상하리만큼 두근거리거나 기대되지 않는다.

계속해서 내 머릿속을 지배하던 걱정까지도 사라졌다.

별 감흥 없이 장장 40시간의 비행의 막을 내렸다.


산소를 잘 허락하지 않는 고산지대의 흐릿한 호흡이 진짜 도착했음을 알려주었다.

이곳이 진정 남미, 볼리비아라는 것은 가만히 있어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어지러운 머리와 산소를 뇌로 전달하려는 심장으로.


"이곳에서 1년이나 살아야 한다."

"가족도 친구도 없이 살아남아야 한다."

두려움이 고개를 쳐드는 순간 라파즈를 마주했다.

누군가 하늘과 땅을 거꾸로 돌린 듯.

내 시선 안에는 별들이 가득했다.

고개를 위로 올릴 필요도 없이 땅에 펼처진 별의 조각들...

인생야경을 처음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도착하자마자 정신없이 찍은 동영상
전망대: mirador kill-kill

"세상에 이런 곳이 있을까."

눈물이 그렁거릴 만큼 벅차오름을 느꼈다.

어느 순간 말을 잊고 별에 취해 그렇게 숙소로 달렸다.

하늘과 땅이 뒤집혀버린 순간, 나는 그렇게 날았다.




나 살기에 급급한 숨 막히는 나날들이었다.

여유란 내게 허락되지 않았다.


이렇게 살지 않으면 난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될 거라고, 뼛속까지 자신을 아프게 찔렀다.

내 사람을 잘 챙기지도, 그렇다고 나 자신을 잘 챙기지도 못한 채 그렇게 살았다.

가끔 나를 돌아볼 때면 이룬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아 발가벗은 창피함을 느꼈고 그렇기에 무언가를 하려 애를 썼다.

초라함을 안고 살며 뭐라도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감정으로 살았다.

퍽퍽한 삶 중 볼리비아 봉사단을 모집한 다는 글을 보고 가슴이 뛰었다.

해외에서 살아보고픈 열망 때문이었을까 새 환경에 나를 던지고 싶다는 어린 나의 외침이었을까.

길고 길었던 코로나세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해외에 나가 살고 싶었던 나의 꿈은 쓰레기통에 처박아 놓은 뒤었다.


20살의 나는 다양한 세상을 느끼며 사람들이랑 소통하고 싶었었다.

내 세계가 넓어질수록 삶이 풍요로워질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 때문이었다.

그리고 왠지 내 세계를 넓힐수록 성공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원했지만, 해외에서 살아남기란 코로나라는 거대한 장벽아래 처참히 무너져 내렸다.

그 시간 속 이미 가치관은 변해 안정적인 삶을 열망하고 있었다.


변화가 두려웠다.

누가 다리에 모래주머니를 묶어 놓은 듯 무거워서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과거의 나라면 주저하지 않고 나아갔을 것을 몇 날 며칠을 잠도 못 자며 고민했다.


내게는 너무도 친숙하지 않은 남미.

치안, 생활 등 온천지 걱정 투성이라 하던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언제든 주저하지 않고 용기 있게 행동하는 것을 열망하던 나였는데 당시 거울 속 나는 바보 그 자체였다.

두려움 때문에 기회를 놓치고 후회하며 스스로에게 찌질해지고 싶지 않았다.


결국 지원했고 붙어버렸다.

과정 중 수없이 부딪힌 반대의 목소리.

"무슨 봉사를 1년을 가?"

"네가 거기서 뭘 할 수 있는데?"

"위험하니까 가지 마."

빨리 졸업해서 취업이나 하라는 주변인들의 독촉들에 나는 작아졌지만, 줏대 없이 흔들리고 싶지는 않았다.


무엇을 이루고 올 수 있을지, 나라는 존재가 어떻게 쓰일지, 현지인들과는 문화차이를 극복하고 잘 지낼 수 있을지가 궁금했다.

1년 뒤 내가 얼마나 어떻게 변해 있을지도.


과거의 해외살이에 대한 열망과 현재를 비교하며 진정 원하는 삶의 형태를 찾고 싶다.

그래서 나는 시험해 보기로 결정했다.

혼자 타지에서 힘든 일을 겪어내면서 얼마나 행복할 수 있을지를 말이다.


"어떤 깨달음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나는 두려움이라는 안정적인 감옥을 깨부수고 불안정한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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