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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명한 자유 Aug 12. 2024

계영배를 아시나요?

꽉 채우지 않는 내가 좋아

혹시 술 좋아하시나요?? 

술에 대한 에피소드는 다들 많으실 거예요.

직장생활을 하면 빠질 수 없는 게 회식자리의 술일 거예요.

술이 마법의 음료인 건 확실해요.

그런데 술보다 좋은 건 술자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술자리에선 긴장이 풀리고 유머와 위트의 대화들이 오가기에 저는 술 자체보다

술자리의 편안함이 좋답니다.


저는 요즘 코로나 이후 술 권하지 않는 편안한 술자리가 정말 좋습니다.

물론 20대 때야 전 직원 회식 때 한 바퀴 돌며 술을 권할 만큼 술도 많이 마셨지요.

분위기를 주도하면서도 실수하지 않으려고 바짝 긴장한 나날들이 떠오르네요.

그런데 과음은 다음 날 일정에 반드시 차질을 주더라고요.

위가 좋지 않아 전날 저녁 밤새 힘들어하다 다음날 아침부터 토하기 시작해서

저녁까지 속이 안 좋았던 날은 '다시는 술 많이 안 마셔야지' 라며 다짐했지요.

'과유불급'이라 뭐든지 무리하면 반드시 탈이 나게 되어 있어요.

학생에서 직장인이 돼서 제일 이상했던 술 문화는 내가 마시던 술잔을 들고 가서 술을 따르는 문화였어요.  

그리고 술병과 술잔을 양손에 들고 가서도 술병은 내려놓고 오른손으로 술잔을 들고 드리고 나서 술병을 다시 들어

상표 쪽을 상대방이 보이게 따르는 주도였답니다. 술잔을 한번 냅킨으로 닦고 드리는 뭐 말도 안 되는 주도를 지켜야

상사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것 같은 분위기도 특이했어요.

현재  직장에서 술잔 돌리는 문화 자체가 없어진 것도 코로나 덕분이라 생각해요.

적당히 자기 컨디션에 맞춰 술을 먹을 자유가 생겨서 요새는 술자리에

대한 부담이 적어졌답니다.


계영배를 들어보셨나요?

계영배라는 잔의 과학적 원리를 다루는 영상에서 보고 과음을 경계하라는 잔이라

독특한 모양에 또 그 안에 담긴 의미에 감동을 했습니다.

술잔의 이름은 '넘침을 경계하는 잔'이라는 뜻이며, 잔의 70% 이상 술을 채우면 모두 밑으로 흘러내려

인간의 끝없는 욕심을 경계해야 함을 상징하더라고요.

고대 중국에서 과욕을 경계하기 위해 하늘에 정성을 들이며 비밀리에 만들었던 의기'()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네요.


이 독특한 술잔을 보며 나의 일상을 돌아보게 되었어요.

 '꽉 채워진 나의 일상에서의 넘침을 경계해야겠구나' 70% 이상 가득 채우지 않는 일상을 유지하고 싶어

[놓는 삶, 비우는 ]을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너무 잘하려고 애쓰며 앞만 보며 달리지 않는 삶을 사는 게 빨리빨리를 선호하는 우리나라에선 어려워요.

내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이 살았던 삶들을 돌아보게 되네요


 채워진 나를 볼 때 만족한 삶을 여태 살았다면 이제 불혹의 나이에 맞게 꽉 채우지 않아도

나를 응원하고 비울 건 비우고 완벽하진 않아도 만족하는 나로 살려고 하루하루 노력 중이에요.

너무 힘들고 과할 때면 다 비우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마음이 중요하더라고요.

너무 과하면 작은 구멍과 빈틈으로 다 새어 나갈 수 있으니, 적당히 비우는 연습을 실천해 보렵니다.

필요 없는 건 다 새어나가게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잔처럼 우리 인생도 너무 빈틈이 없으면 매력이 없지요.


20대와 지금은 체력 자체가 다른데 똑같이 살다 간 현재 내 인생에서 소중한 사람들을

오래 볼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인생이 마지막엔 소중한 사람과 함께가 아니면 후회를 할 것이기 때문에 현재의 작고 사소한 것을

소중히 여기며 살렵니다.

때로는 현재의 자리에 멈춰 서서 심호흡을 하는 시간도 필요하니까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소중한 것들이 손에 꼭 쥔 모래알처럼 스르륵 빠져나가는 걸 느낄 거예요.

그것이 건강이 되었든 머리숱이 되었든..


아직 인생을 다 산 것은 아니지만 나이를 먹으니  세상사 모든 일에 이유가 있을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때가 되면 꽃이 피고 지는 것처럼 시간이 해결해 주는 일도 많음을 알았다고 해야 할까요?

"노력이 반드시 뭔가를 이루지 않아도 그 과정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면 그걸로 된 거다"라고 내려

놓을 수 있을 정도가 되려면 아직 좀 더 살아야 하겠지만요.


사람과의 관계 또한 내 의지로 다 되지는 않지만 꽉 채우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만 그 관계를 더 오래 꾸려갈 수  있는 거니까요.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지 않으려면 마음가짐이 제일 중요하겠죠?

하기 힘든 일 역시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하고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걸로  마음먹기로 했어요.

'적당비어 있는 나'자체로도 충분히 사랑받을 만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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