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아보고 자연과 하나 되는 삶
한 해를 연기대상을 보면서 보신각 종소리를 들으며 마감했던 게 몇 년 전까지의 연말이었다면 올해 연말은 25년 한국에서의 삶을 마무리하는 무지하게 바쁜 시간들이었다.
직장에서의 강의, 업무 마무리하랴,
유학 서류준비하랴, 이사준비하랴, 송별회 하랴
25년 12월은 몸이 5개라도 부족한 순간들이었다.
해외 이사는 생각보다 지역의 해상운송 우체국 서비스를 이용해서 복잡하거나 돈을 많이 들이지는 않았는데 살던 집의 가전이나 가구를 다 처분하고 떠나기 때문에 그야말로 버리는 게 일이었다.
버릴 짐, 캐나다로 미리 보낼 짐, 한국에 맡길 짐, 당일 비행기로 가져갈 짐
총 4가지로 나누고 매일매일 야금야금 짐을 싸기 시작했다.
결혼 15주년이 넘었기에 오래 쓴 가전과 가구들을 거의 다 버리고,
가져갈 수 없고 2년 유학 후에도 안쓸 짐들은 당근마켓을 활용했다.
나눔 덕분에 당근마켓 온도가 54도에 가까워진 건 안 비밀!
매일 2시간 반의 출퇴근에 끝없는 이사준비에
데드라인이 정해진 업무를 빨리빨리 해낸다는 게
너무 힘들었는지 3킬로가 급 빠지기도 했다.
평생을 빨리빨리에 익숙해져서 조급증과 불안증을 안고 사는 전형적인 한국사람이 나였다.
한 해의 마지막을 너무 여유 없이 준비한 탓일까?
새해의 별 다른 다짐 없이 1월을 시작했다.
1월 2일 캐나다행 비행기에 몸을 우선 던지고
나머지는 생각해 보자고 할 정도였다.
새해의 다짐을 다이어리를 쓰면서 매번 시작했는데 언젠가부터 앞만 보고 달리는 내 몸이 이상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마음과 몸은 하나라서 마음이 힘들면 몸이 신호를 보내는 데도 바쁜 일상에 쫓기다 보니 몸의 소리를 무시하고 살았던 것이다. 마음과 가장 연결된 장기는 위라고 생각했는데 마음은 장과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이 긴장했을 때 배가 아프기도 하고,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변비나 설사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코로나 시대를 겪어 내면서 가장 절실했던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이 이슈가 되었다. 면역력은 장 내 환경을 개선하면 높아진다. 면역 세포의 70% 이상이 장내에 분포돼 있기 때문이다.
열심히 사는 것 말고 해 본 적이 없지만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조금은 천천히 하나씩 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음을 이제는 느낀다.
그래서 올 해의 내 목표는 너무 열심히 살지 않는 것이랄까?
그렇게 좋아하는 운동도 너무 열심히 하지 않고 몸에 무리가 안 되는 선에서 해야 할 것이고 뭐든 빨리빨리를 추구했던 조급함 또한 내려놓아야 할 때인 것 같다. 몸의 소리에 반응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일일 것이고 마음의 여유 없이 시간에 쫓기지 않도록 호흡 명상에 집중하는 시간을 늘리는 게 답이다.
하고 싶은 일 보다 해야 할 일이 많은 현실에서 더 이상 해야 할 일을 만들지 않는 것이 목표다.
하고 싶은 일도 들여다보면 해야 할 일 일 경우가 많기에 정말 나를 잘 아는 지인이 해야 할 일 말고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를 물어봤을 때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난감했던 기억이 있다.
26. 1.2 금요일 10시에 출발해서 1.2 오전 9시에 토론로 공항에 도착해서 하루를 번 듯한
기분에 묘했다.
토론토 공항에서 온타리오 주 런던시로 향하는 내내 현지인의 캐나다 예찬을 들을 수 있었다.
경쟁이 없고 분쟁 또한 없는 이 나라는 각자의 재능으로 얻은 직업에 대한 귀천이 없고
넓고 풍부한 자연환경 덕에 복지가 잘 되어 있어 노후 걱정이 없고 매달 버는 돈으로
충분히 누리고 행복하게 산다는 말에 참 부러웠다.
이 나라에서 나고 자라고 교육받은 아이들은 몸을 쓰는 운동 한 두 가지쯤은 기본이고
입시 스트레스가 없어 자연과 하나 되어 산과 강으로 나가 노는 시간이 대부분이라니
2년 사는 동안 우리 아들들이 조금 많이 누리면 좋겠다.
첫날은 우선 짧은 영어로 의사소통하고 알아듣느라 긴장한 탓에 밤 잠을 더 잤다.
둘째 날은 바뀐 시차를 적응하느라 낮잠을 못 이기고 잔 덕분에 밤새 깨어 있어야 했다.
그래도 좋다. 무엇을 해도 정답은 없고 내가 가는 길을 믿어보련다.
주말의 여유도 느릿느릿한 삶도 즐겨보고
다시 글도 조금씩 써보고
날이 풀리면 대자연과 함께하며 여행도 더 많이 다닐 것이다.
나를 돌아보고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나이
올해의 시작은 느림의 나라 캐나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