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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Ryoo 류구현 Apr 06. 2024

지적 설계론에 대한 새로운 이해

 

#과학철학 #창조의원리 #진화의원리

지적 설계론의 이해

시계와 시계공의 비유
 윌리엄 페일리 William Paley(1743~1805)는 잉글랜드의 성공회 신부이며, 기독교 옹호론자, 공리주의 철학자였다. 생물은 누군가의 창조물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그는 자연 신학에서 시계와 시계공 비유를 들었다.

 페일리가 지은 “자연신학”에 따르면, 시계가 무엇인지 모르고 시계를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일단 시계를 한 번 보면 누구나 그 시계가 저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지능을 가진 그 누군가가 시계를 만들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시계와 마찬가지로 신이 창조한 우주는 아주 복잡한 과학적 원리와 법칙에 따라 움직이고, 우주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은 시계의 메커니즘이나 침이 움직이는 것처럼 정교하게 일어난다.

그러므로 우주는 저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누군가 지적인 존재가 창조한 것이고, 그 창조주는 바로 기독교에서 말하는 “야훼”이다. 이것이 유명한 ‘지적 설계 이론’이다.



 그러나 그 후 찰스 다윈 Charles Robert Darwin(1809~1882)은 세상의 다양성의 창조 과정을 '자연선택'이라는 매우 단순한 원리로 도출해내었다. 세상의 다양한 생물들은 최적의 효율적 생존 방식을 스스로 선택함으로써 생존과 진화를 도모한다는 사실을 실증적 데이터로 입증한 것이다. 또한 그는 편지글에서 "작은 연못"의 비유를 들어 물질의 화학적 변화에서 원시 생명이 출현의 가능성도 시사한 바도 있다.

 그가 과학으로서의 ‘진화론’을 발표했을 때, 사회적으로 진화의 원리로 사회를 설명하려는 ‘진화주의’가 확산되었고, 철학적 지적 설계 이론을 지지하는 자들은 창조론을 지지하여 진화론적 사고를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그러나 신 神은 시계처럼 정태적인 세계를 디자인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자연과학은 점점 드러내기 시작했다. 신은 그가 만든 '시계'에 풍부한 자율적 역동성과 상호작용성을 부여하고 있었다. 그가 선택한 ‘시계’의 이러한 역동적 메커니즘은 오히려 ‘진화론적 방식’일 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아가 이것의 보다 근본적이고 구체적 메커니즘은 현대에 들어 본격적으로 밝혀지고 있는 ‘양자역학’일 수도 있다. 양자역학에서는 세계의 기원을 빅뱅을 이룬 “엄청난 원시 에너지”로 상정한다. 이 "원시 에너지"가 시간과 공간과 물질을 만들고, 이들로 구성된 세계를 기반으로 생명과 생태계가 생성되었음을 과학적 원리로 밝히고 있다.


윌리엄 페일리 William Paley(1743~1805)


창조의 원리와 진화의 원리
 이러한 과학적 연구를 보면, 오랫동안 인간이 상정해 온 신神은 인간의 행위를 일일이 재단하는 '인간적인 신'이 아니라, 인간을 포함한 모든 존재에게 자기가 획득한 양자론적 ‘질량 에너지’를 바탕으로, 자기 고유의 ‘나이고자 하는 의지’로 자기의 시간과 공간을 스스로 창조하는 자율적 존재임을 말하고 있다. 모든 존재는 각자가 가진 질량 에너지를 바탕으로 우주 자연과 긴밀히 소통하는 독립된 개체로서 '가장 효율적 원리'를 찾아 존재한다는 사실이, 지금까지의 과학적 발견이 말해 주는 합리적인 '존재론'일 수가 있다.

여기서도 신은 우주의 일부에 지나지 않은 인간을 닮은 신이라기보다, 양자역학에서 보는 것처럼 엄밀하고도 초연한 물리적인 ‘에너지 메커니즘’일 수도 있다.

 우리는 어느 쪽이든 확률이 높은 가능성에 자리를 잡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양자역학의 메커니즘이 시사하듯이 ‘진리는 확률’로 있다. 옛 동아시아의 노자 Lao Tzu는 이러한 합리적 선택의 지혜를 ‘처후 處厚 : 두터운 것에 처하라’라고 말했다.

 우리가 상상해 온 ‘인간적인 신’이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에게 이것을 권할 것은 마땅하다. 따라서 이것은 그가 마련한 ‘섭리’와도 같다. 왜냐하면 이것은 그가 디자인한 ‘지적 설계’에 합당한 원리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창조의 원리'와 '진화의 원리'의 본질은 다르지 않다. 완전한 시계공은 그가 만든 시계에 개입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는 그가 만든 시계의 궁극적인 완전성을 믿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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