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좌파는 왜 실패하는가?
오늘날 세계 정치에서 희망적인 예외는 북유럽 국가들이다. 그것은 앞선 정치와 교육 시스템이다. 이 나라들은 본래 대부분 가난했으나, 정치를 통해 극복하여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자연 자원이 없는 우리가 본받을 만한 정치와 교육의 모델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의 극복 과정은 감동적이며 그 결과는 탁월하다.
먼저 그들의 정치 수단은 '대화'였다. 정치는 국민과, 가진 자와, 권력과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하는 일이다.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대화다. 대화는 상대의 입장이 되어 보는 일이다. 솔직함과 진실을 걸고 승부를 하는 일이다. 전략과 인내와 시간이 필요한 방법이다.
한국의 정치구조는 근본적 해결을 요구하지만, 우리는 이를 직시하지 않으려 한다. 교육 수준이 높고 똑똑하다고 소문난 한국인이지만, 정치라는 벽 앞에 서면 좌절하고 만다.
근본 문제일수록 직면할 때 방법이 생긴다. 정면으로 보아야 바르게 본다. 이것은 개인이나 사회 모두에게 필요한 지혜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문제를 곁눈질하거나 외면한다. 정면으로 보며 답을 얻으려 해도 쉽지 않은 일인데, 처음부터 제대로 보지 못하니 문제 해결은 어려워진다.
문제는 정면으로 보면 실마리가 발견되고 하나씩 풀면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은 여기서 나왔을 것이다.
여전히 한국 좌파 정치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념에 늘 이끌렸고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하려다 좌절했다. 숙고된 전략과 지혜와 인내심이 부족했다. 급진적 변화는 부작용이 몇 배 더 크다. 안 한 것보다 못한 경우가 더 많다. 가까운 북한이 타산지석이다.
일부 좌파의 노력 없이 이익만 챙기려는 도덕적 해이도, 약자라는 이유만으로 눈감아 줄 수는 없다는 것이 우파의 '도덕성'이다. 심정적으로 이해될 수가 있다. 제때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돈을 모아 눈물겹게 부를 이룬 우파도 많다. 그들은 일부 좌파가 가진 도덕적 해이를 용납할 수가 없는 것이다. 좌파 또한 불법과 부조리를 일삼아 부를 이룬 일부 우파는 용서가 안 된다. 그런데 문제의 부분은 전체가 아닌 일부라는 사실이다. 전체가 바르게 서면 나머지는 시간이 지나면 바로서기 마련이다. 이를 주목해야 한다.
그런데 얼마라도 가진 사람들에게는 한국전쟁이 남긴 아픈 기억은 좌파의 집권을 불안하게 보게 한다. 북한의 현실은 두렵다. 하루하루의 생계가 걱정인 사람들도 정치 불안만큼 무서운 일이란 없다.
지난 '문 정권'은 이러한 우려를 분명히 확인해 주었다. 그래서 여러 성과에도 불구하고 원망과 비난 속에 정권을 뺏긴 것이다.
한국 우파와 다수의 중도층은 좌파의 집권을 우려한다. 이념적 좌파는 집권에 성공해도 결국은 중국이나 북한 나아가 러시아의 모습이 될 수가 있다는 우려다. 한국의 좌파는 이념적 선명성을 내세울수록 집권에 불리해진다. 우파의 반격은 거세지고 가진자들은 기득권 사수에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한국의 정치 중도층은 현명하다. 선거의 결과를 보면 매번 절묘한 선택을 하여 혀를 내두르게 한다. 한국인의 정치 감각은 탁월하지만 조심스럽다. 지난날의 '레드 컴플레스'는 오늘날도 여전한 것이다. 이것이 우파 권력의 부패와 부조리가 극에 달해도 좌파에게 쉽게 마음을 주지 않는 이유다.
그들은 좌파에겐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중도의 길을, 우파에게는 가진자의 사회적 역할을 강하게 요구한다.
좌파가 진정 집권을 원한다면 지금의 정치 전략은 수정해야 한다. 우파와 공존하는 길을 찾는 전략적 전환이 요구된다. 북유럽의 사례는 한국의 좌파에 중요한 시사를 준다. 우파도 중도의 길로 거듭나야 한다. 정치는 눈에 띄는 양극단이 아니라, 다수인 중도의 요구를 적극 따르는 일이다. 여기엔 좌도 우도 없다. 국민을 걱정해야 하는 정치를 국민이 걱정한 지 오래다. 정치 개혁은 한국의 좌절을 끝내고 새롭게 도약하는 마지막 기회다.
그런데 한국의 정치 개혁은 간단할 수가 있다. 국회의원의 특권을 대폭 줄이고 그 돈으로 일 잘하는 국회의원을 더 뽑아 일하는 국회로 만드는 일이다. 일할 사람만 국회에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국민만이 할 수가 있다. 정치 개혁을 진정 바라는 국회의원들만이 이룰 수가 있다.
사진/ 덴마크 코펜하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