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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Ryoo 류구현 May 09. 2023

Why와 What의 역사 17.시장의 탄생

#역사 #인문 #언어


Why와 What의 역사

17. 시장의 탄생


화폐의 발생은 시장의 발달을 촉진시켰다. 시장은 '교환의 장소'로서, 세상의 모든 곳이 시장이 될 수 있으며, 세상의 모든 것이 교환될 수가 있다. 온라인 시장은 이러한 모습을 잘 보여준다. 이것은 물질의 교환과정이 자연의 순환과정이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시장은 인간세계에서 물질을 배분하고 순환시키는 자연발생적 제도장치로 시작되었다. 그래서 시장은 자연의 원리와 인간의 원리가 만든 합작품인 셈이다.


시장은 필요한 상품을 교환하는 곳인 동시에,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상품의 가치를 평가 pricing 해 주는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기능을 통하여 시장은 인간의 창의적인 노력에 대한 믿음직한 후원자가 되며, 문명 발전을 위한 최고의 촉진자가 된다.

시장은 자연원리적인 놀라운 장점과 인간사회의 구조적 문제도 함께 안고 있다. 자본을 축적한 시장지배적 세력들이 자연원리적 시장의 질서를 자신의 이익에 따라 왜곡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기능은 시장이 공정하게 작동할 때 가장 효율적이고 완전하게 이루어진다. 그러나 수요나 공급에서 독과점이 존재하는 왜곡된 시장은 경제 주체의 활동을 제약하고 효율을 떨어뜨리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인간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들은 이러한 왜곡된 시장구조에 기인한 경우가 많다.

정부와 정치권이 시장을 엄격하고 공정하게 관리해야 하나, 이들이 늘 시민의 편에 선다는 보장이 없다. 오히려 독과점 세력의 편에 기우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한편 시장이 가지는 또 다른 역기능은 시장으로 인해 일어나는 인간 소외 현상이다. 분업이 인간을 단순화하고 파편화한다면, 시장은 그것을 가속시키고 확대한다.

시장은 인간에게 물질세계만 조명하고 강조하기 쉽다. 이로 인해 단순화된 인간은 물질적 가치에만 몰입하고, 물질을 얻기 위한 화폐적 가치를 최고의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황금만능의 세태를 일반화하게 되는 것이다.

오히려 가치의 근원이자 주인인 '인간'이 가치영역의 밖으로 밀려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시장 속의 인간은 소외되어 왜소해 지기가 쉽다. 이것은 인간이 만든 도구에 자신이 지배되는 주객전도 현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부작용을 극복한다면, 시장은 자연의 혜택에다 몇 배 더한 풍요를 인간 사회에 선물한다. 시장은 자연원리를 따르는 가장 효율적인 자원 분배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그림/시장은 수요와 공급의 균형 가운데서 가격을 결정한다. 또 가격을 통해 수요량과 공급량이 결정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자연 원리적으로 이루어진다.


칼 폴라니와 악마의 맷돌 Satanic mills
시장 시스템의 기계적 강력함에 의존할수록 인간은 왜소해지고 수탈당하며 피폐해진다. 가치 있고 소중한 모든 것은 시장 메커니즘에 의해 물리적 양자(알갱이)로 쪼개져 수요와 공급과 가격으로 계량된다. 약육강식의 경쟁 원리는 지배적 이념이 되고, 치열한 경쟁은 사회와 관계를 승자와 패자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양분한다. 또 하나의 거대한 이분법의 세계가 펼쳐지는 것이다.
모든 가치와 관계가 시장 메커니즘을 통과하는 순간 해체 되고 분쇄되는 것이다.
그래서 20 세기 가장 뛰어난 사회과학자였던 칼 폴라니 Karl Polanyi (1886~1964)는 자본주의의 시장 메커니즘을 '악마의 맷돌 Satanic mills'이라 불렀다.



자연과 생명과 인간의 고유한 가치와 존엄성과 아름다움은 기계적 시장시스템으로는 제대로 평가를 하지 못한다. 생명의 근본을 이루는 물과 공기와 햇볕은 공급이 너무 풍부하다는 이유로 절대적 수요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제로 zero에 가깝다.
그래서 자연은 무방비로 수탈당하고 오염되었으며 황폐화되었다. 그곳은 자연과 생명과 인간의 땅이 아닌 기계적 메커니즘이 지배하는 가상의 공간일 뿐이다. 그래서 남는 것은 사막 같은 공허일 수밖에 없다. 이것이 산업혁명 이후 오늘날까지 이어져 온 시대적 허무주의의 실체일 수가 있다.

폴라니 Karl Polanyi는 인간을 인간답게 지켜주는 관계의 총체가 '사회'인데 자유시장 주의자들은 '사회'를 제거하고 모든 것을 경제와 시장에 복속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폴라니는 자유시장의 국가 개입은 필수적인 것으로 보았다. 그는 자유시장 체제의 자본주의는 이를 위해 처음부터 그리고 그 이후로 내내 국가의 능동적 개입을 통해 완성되고 작동했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역사가 입증한다.
그는 인류 사회에 대한 근본적 질문과 시장 만능주의에 관한 체계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사회와 경제를 조직하는 원리는 인간과 자연의 삶을 최대한 풍부하게 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그는 자본주의 체제를 근본적으로 비판하면서도, 마르크스주의 이론체계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마르크스주의는 더욱 기계적이고 인위적이며 무자비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 또한 역사적 경험으로 입증된 바 있다.
우리는 시장메커니즘이 가진 자연원리적인 효율성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그 대신 그것을 인간사 회의 절대적 통제 하에 둘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처럼 시장의 원리에 인간의 원리가 예속되거나 끌려가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인간의 원리가 시장의 원리를 이끌고 통제 하에 두는 길을 적극 모색해야 마땅하다. 우리가 이미 가진 4차 산업혁명의 기술들은 이것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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