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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Ryoo 류구현 Jun 22. 2023

Why와 What의 역사 22. 생각의 주춧돌


#역사 #과학적방법 #인문 #인식론 


Why와 What의 역사

22. 생각의 주춧돌


우리는 매일 징검다리를 건넌다

매일 집을 짓기도 한다

매일 우리는 주춧돌을 놓는다

생각의 주춧돌은 실제의 주춧돌 보다. 늘 앞서 놓게 되는 생각의 시작점이다. 과학의 시작은 이 '생각의 시작점'들을 진실의 토대 위에 자유롭게 놓는 것이다. 그래서 과학의 시작은 먼저 '자유'여야 한다.


동아시아 문명은 사실과 진실의 근원인 자연自然을, 말처럼 '본래 그러한 것'으로 이해했고, 그리스문명은 Nature 곧 본질, 특성, 성격으로 이해했다.

그래서 동아시아 문명의 입장에선 자연은 '본래 그러한 것'이므로 연구의 대상이 될 필요가 없었으며, 그리스문명에게 Nature는 '본성, 특성, 성격'이었으므로 연구 대상일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두 문명의 갈림길은 아니었을까?


언어logos,


이처럼 우리가 쓰는 언어는 

생각의 주춧돌이다

나에 대해서

다른 이에 대해서

세상에 대해서 순간순간

가슴에 떠올리는 언어logos,

이것이 개인과 사회와 역사의 운명을 결정한다


무엇이 진짜이며 무엇이 가짜인가?

-생활 속에서 발견하는

귀납법과 연역법


복잡함이 더해지고 가짜뉴스가 판치는 세상에 진실과 거짓을 분별하는 것이 점점 어렵게 느껴진다. 여기에 진실과 거짓을 가리는 간단한 과학적 판단법이 있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감각으로 느껴지는 현상의 세계만이 아니라, 현상을 일으키는 본질(원리)의 세계가 있다. 이 두 세계는 인과의 관계로 이어져 현실세계 real world를 이룬다. 따라서 우리는 이 두 세계의 관계를 원리적으로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구름이 생긴 후에 비가 오듯이, 구름과 비라는 현상은 '수분이 증발한 뒤 응결하는 원리'에서 나타낸다. 여기서 원리는 '원인'이 되고 현상은 '결과'가 되는 인과관계를 볼 수가 있다.

연역법과 귀납법은 인과관계를 추론해 '원리'를 알아내는 생각법으로, 우리가 생활 가운데 늘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방법을 살펴보자 1. 연역법 演繹法 deduction은 이미 아는 일반적 원리로부터 특정한 사실 속에 있는 원리를 추론하는 방법이다. 이것은 가장 흔하고 손쉬운 생각법이다.

예컨대 구름이 짙게 끼면 비가 온다는 일반적 사실로부터, 날씨의 전망을 예측하는 방식식이다. (기계적 삼단논법 syllogism도 좋은 예가 된다.)


연역법은 일반 명제를→ 특정 명제에 적용 → 일반화 추론으로 이어진다.

전제된 일반 명제가 진리라면 비슷한 논리구조의 특정 명제도 진리가 된다는 논리다. 따라서 전제된 일반 명제가 진리임을 먼저 입증을 해야 한다. 또 전제된 명제로 인해 추론 범위가 제한되므로, 지식의 확장에는 제약이 따른다. 논리구조가 꼭 맞지 않은 경우도 많아 추론 결과가 불일치하므로 과학적 방법은 되지 못한다. 일기 예보가 자주 틀리는 경우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빨리 대략적 예측을 할 수가 있어 애용된다.


2. 귀납법 歸納法 induction은 특수한 사실로부터 일반 명제를 도출하는 방법이다.

예컨대 비가 오는 현상의 일반적 원리를 알기 위해, 수분의 증발과 냉각에 따른 물방물 응결을 관찰하고, 이로부터 '이슬점의 원리'를 발견해 가설로 설정하여, 시공간을 달리해 이 가설의 재현성을 입체적으로 검증함으로써 일반 명제(원리, 진리)로 정립하는 것이다.

그래서 귀납법은 관찰→가설→ 검증→보편 원리 정립으로 이루어진다. 검증 과정을 반드시 거치므로, 이를 기초로 확장적 이론 전개가 가능해져 학문의 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다. 오늘날 자연 과학적 발견은 모두 이 과정에서 얻어진 것이다. 그래서 귀납법을 과학적 방법이라고도 말한다.


보편적 원리를 찾는 데는 귀납법을, 개별적 원리를 빠르게 추론하는 데는 연역법이 활용된다. 그래서 연역법과 귀납법은 서로를 돕는다. 우리의 앎은 대개 이 둘을 오가며 얻는다. 생활 가운데서 귀납법을 이용해 크고 작은 일반 원리를 발견하는 것은 흥미롭고 즐거운 일이다. 자신이 발견한 일반 원리를 활용하는 길은 생활가운데서 습관적으로 '대입' 해보는 일이다.

적용 범위가 큰 일반 원리를 우리는 진리라고 부른다. 진리의 발견은 큰 성공 체험에 비견할 수가 있다.


동서양의 진리관


진리란 참된 이치다. 우리는 참된 이치에 의지함으로써 삶을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영위할 수 있다. 이처럼 진리는 삶의 토대이므로 동서양은 모두 이를 알고자 노력했다.

역사적으로 동아시아와 서구의 진리관은 뚜렷이 대비된다. 태고 때는 두 세계가 모두 과학적인 지식이 부족해 미신과 합리가 혼합된 '신화의 시대'를 살았다.

그러다가 동아시아는 신정일치 국가였던 상商나라 (BC약 1600~1046년)를 일찌감치 끝냄으로써, 자연원리와 인본정신에 이념으로 삼는 주周나라를 시작할 수가 있었다. 동아시아는 '자연원리'를 인간과 세계를 지배하는 진리체계로 일찍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과학적 지식 토대가 부족하여, 자연 원리를 정밀하게 연구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인간의 일반 원리와 정치권력에 의존하는 문화적 전제주의가 오래 계속되었다.

서구의 인본주의는 많은 굴곡을 겪어야 했다. 그리스와 로마 시대에는 인간 주도의 인본주의 사회 문화가 발달했으나, 기원후 기독교가 일반화되면서 신정체제로 회귀해 1천 년 간의 중세시대를 보내게 된다.


르네상스에서 출발했던 근현대 서구문명은 천년의 신국神國을 극복하고 인본주의를 재건하는 과정이었다. 그들은 신神 대신 인간의 '이성'에 의지 하려 했다. 신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서는 (신의 계시라고도 할 수 있는) 자연 과학의 원리 속에서 진리를 찾고자 했다.

서구는 이 과정에서 이성적 논리가 검증 체계에 기초한 '귀납법'을 과학적 방법으로 채용하게 된다. 또 검증 과정에서 수학을 적극 도입해 과학적 신뢰성을 크게 높였다.


귀납법을 '과학적 방법론'으로 정립한 인물들


1. 프랜시스 베이컨 Francis Bacon (1561~1626년)

그는 그의 주저 '신기관 Novum Organum(1620년 출간)'에서 귀납법을 과학적 방법으로 정립했다. 고대의 아리스토텔레스가 정립한 연역법 기반의 기존 '논리학 Organum'의 한계를 밝히고, 항구적인 과학적 방법론을 제시한 것으로 근현대 '과학혁명'의 초석이 되었다.

당시만 해도 동아시아에 비해 문명과 문화적으로 뒤처져 있던 서구는, 이 '과학적 방법'으로 학문을 개혁하여 200년 남짓만에 동아시아를 추월해 영미 주도로 세계 문명의 패권을 쥐게 된다.


2. 막스베버 Max Weber(1864~1920년)는 귀납법을 사회과학에 적용, '사회과학적 방법론'을 주창하며 경제학과 정치학 등 사회과학의 학문적 토대를 굳건히 했다.



자연과학, 진리로 가는 지름길

과학적 방법은 진리로 나아가는 '최적의 길 Shortcut'을 제안한다. 이것은 철저한 검증에 바탕을 두고 있다. 달리 말하면 입증되지 않는 것은 전략적으로 믿지 않고 엄격히 구분한다. 그곳은 또 다른 기회의 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Cogito, ergo sum'의 이성 지상주의에 뿌리를 둔 생각이다. 이것은 다시 프란시스 베이컨의 '아는 것이 힘이다 Scientia potentia est'로 이어진다.


둘 다 이성과 과학을 '도구'로 삼는 이성 중심의 반쪽 짜리 진리다. 여기엔 근원적 진리인 인간과 생명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목적인 인간은 소외되고 수단만 숭상되는 물질문명의 기형적 모습이다.

그 후 헤겔은 '진리는 전체다 Das Wahre ist das Ganze'라고 언명했지만, 그도 오늘의 우리도 아직 전체인 진리를 바라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도구인 이성이 아니라 목적인 인간에게, 물질이 아니라 생명의 가치에 의지할 때 온전한 삶을 실현할 수가 있을 것이다. 물질문명의 거친 흐름 속에서 우리는 무엇으로 그 길을 찾을 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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