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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Ryoo 류구현 Jun 24. 2023

Why와 What의 역사   24. 문명의 유전자DNA

#역사

 Why와 What의 역사

24. 문명의 유전자 DNA


요순의 땅, 영원한 유토피아

모든 것이 '필요 needs'의 산물이듯 인간의 문명도 그 필요에 대한 '응답'이다. 그들의 필요를 보면 그 문명과 문화의 내용과 전개 방향을 짐작하게 된다. 반대로 문명과 문화를 보면 그들의 '필요 needs'를 알아낼 수도 있다. 인간의 필요는 가장 먼저 생존과 직결되는 자연 경제적 환경에서 볼 수가 있다.


동아시아의 대표적 문명이라 할 수 있는 중화 문명은 내륙의 강과 기름진 평야를 중심으로 안정된 농경 사회로 시작을 했다. 이것은 한정되고 고립된 구조여서, 거기서 산출된 제한된 생산물을 '사회적 합의와 설득'의 과정을 통해 분배하여 삶을 영위하는 형태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다툼의 여지가 큰 합의보다는 '탁월한 자'의 설득에 의존했다. 그것이 합의를 위한 지루한 투쟁보다는 효율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묵자墨子(BC470?~391? 년) : 초기 전국 시대에 제자백가 중 묵가의 대표적 지도자. 인의를 정치 원리로 하는 유교와 자연주의를 추구하는 도교와 대립하여, 평등한 사랑을 기초로 한 '겸애'를 정치 원리로 삼자고 주장하였다. 한때 묵가는 유교보다 더 큰 세력을 가진 정치 조직으로 성장했으나, 진시황의 중원 통일(BC221년) 이후 사상 탄압을 받고 철저하게 몰락했다.


이러한 중화문명의 가장 큰 관심사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인간을 위한 물질의 분배 원리'에 대한 연구였을 것이다. 이것은 사회 속에서 인간 윤리를 도출해 내어 물질의 분배를 그 아래 설득력 있게 귀속시키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일방적인 설득은 다양성을 아우르는 사회적 성숙 과정과, 합의를 통한 보편적 원리의 완성 과정을 결국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다.

'물질의 분배'란 사회적 규율인 정치 과정일 수밖에 없다. 물질 분배를 설득하기 위한 논리는 사회적 이념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 이념을 그들의 현실 속에서 찾은 게 공자의 '인仁'이며 맹자의 '인본人本'이 아니었을까? 이것은 결국 물질 분배를 위한 정치적 원리인 셈이다.


 그러나 인간을 위한 인본人本의 이념은 동아시아에서 2,000년의 장구한 세월 동안 거의 하늘에 매달린 '애드벌룬'으로만 떠있었다.

겉으로는 인본人本을 표방하는 유교적 덕치로, 안으로는 지배 계층의 이익을 떠받치는 법치로 통치의 수단을 삼았다. 이를 학자들은 외유내법外儒內法(밖으로는 온유한 유가로 가장하고 안으로는 서슬 퍼런 법가로 통치함)으로 말하기도 하고, 예주형보禮主刑補(유가적 예禮를 주로 삼고 법가적 형벌을 보조로 삼음)라고 치장하기도 한다. 어쨌든 기만적인 통치술인 것은 사실이다.

고대 그리스는 시민들의 '합의'를 기반으로 한 민주주의를, 고대 동아시아는 탁월한 자들의 '설득'을 기초로 한 이상 국가를 꿈꾸었던 것이다. 이들 합의와 설득의 원리는 어떻게 진화되었을까?


합의와 설득의 원리

합의는 대등한 소통방식으로 민주적 정치 과정이다. 설득은 우월자 주도의 소통방식으로 비민주적 정치과정이 되기가 쉽다. 합의는 쌍 방향이며 설득은 일 방향이다. 이것이 합의와 설득의 일반 형식일 것이다.


대등한 힘은 기본적으로 경제적 대등함에서 나온다. 민주 정치는 경제력이 균등 해질수록 안정적이며, 그 반대일수록 불안정하고 부패해져 독재로 변질되기가 쉽다. 이것의 끝은 파시즘이었다. 정치적 평등은 경제적 평등을 기반으로 하므로, 경제적 약자를 돕는 것이 민주주주의를 지키는 길이 된다.

따라서 민주 정치의 요체는 편중되기 쉬운 경제를 균형 쪽으로 향하게 하는 일이다. 이것은 지속 가능한 '선순환적 균형 장치'로 제도화되어야 한다. 예컨대 누진과세와 사회보장시스템 등의 소득 재분배장치가가 그것이다. 이것이 선진 사회의 기초로 있다.



* 클레이스테네스 Cleisthenes of Athens(BC 570? ~ BC 508?):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민주정치가. 그는 귀족이 누려왔던 기득권을 시민들의 요구에 따라 매우 구조적으로 폐지하고 시민들에게 평등한 참정권을 부여했으며, 독재자인 참주의 출현을 막기 위해 '도편추방제'를 도입하는 등, 대대적인 정치 개혁을 통하여 아테네 민주정치의 기초를 마련하는 데 성공한다.


균형은 자연의 본원적 원리이다. 균형의 원리는 진리와 유용한 힘과 아름다움, 진선미를 모두 아우른다. 민주주주의 역시 이 같은 균형의 원리일 것이다.

고대 그리스는 시민의 합의를 기반으로 민주주의를, 고대 중원은 '탁월한 자'의 설득을 기반으로 유교적 덕치를 지향했다. 쌍방향적 합의는 민주를, 일방향적 설득은 압제를 향하기가 쉽다. 이것이 오늘도 이어지는 두 문명의 유전자 DNA이자 원형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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