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월남방망이를 아시나요 제2화

점심도시락 심부름

by 홍이

12시 정오가 되면 사이렌이 울렸다.

시계가 귀한 때라 사이렌은 시간을 알려주는 중요한 지표였다.

일곱 살 나는 놀다가도 어머니께 달려갔다.

어머니께 도시락을 받아서 아버지가 근무하는 의성중학교까지 내 걸음으로는 족히 20분은 걸려서 도착하곤 했다.

아버지는 음악선생님이셨다.

아버지가 도시락을 다 드실 때까지 기다렸다가 심부름값을 달라고 했다. 아무리 어깃장을 부려도 아버지 주머니에서 돈은 나오지 않았다.

집 앞에는 중국집이 있었다.

아침에 짜장 볶는 냄새에 침이 꼴깍꼴깍 넘어갔지만, 아버지께서 의성중학교 계시는 동안 한 번도 짜장면을 못 먹었다.

심부름을 하고 돌아오다 보면 중국집에 문이 열린 채로 안에서 갓 나온 짜장면을 먹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의 나무젓가락질을 한참이나 서서 보고 있기도 했다.

한 번은 중국집의 어린 종업원의 배달 자전거 뒤에 아버지의 도시락을 얹고 나는 마구 달렸다.

얼마 가지 못하고 도시락은 떨어지고 김치며 밥이며 엉망진창이 되었으나, 그래도 아버지는 그 도시락을 드셨다.

어느 날은 어머니께서 한 손에는 삶아 건진 국수 면을 한 손에는 육수를 담은 주전자를 주셨다.

그 또한 들고 가다가 한눈파는 사이 엎어져서 주전자 육수를 거의 다 쏟아버리고

아버지는 비빔국수도 아닌 물 없는 국수를 드셨다.

그러다 어느 날 드디어 아버지께 10원을 심부름 값으로 받았다.

정말 너무너무 신나서 돌아오는데 소나기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10원짜리 지폐는 내 손에 꼬깃꼬깃 함께 푹 젖었다.

온몸이 비에 줄줄 물이 흘러내렸는데도 나는

점방에 들러 월남방망이 하나를 오원에 사고 잔돈 오원을 거슬러 받았다.

얼마나 신났는지 세상이 다 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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