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이 서울 식당에 팁을 두고 가면?

미국 친구의 첫 해외여행 에피소드

by 울보라
팁을 두고 온 미국 친구

얼마 전 일어난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풀어볼까 합니다. 미국 버지니아에 사는 제 친구는 첫 해외여행으로 한국에 왔습니다. 이 친구는 저와 만나기 전, 혼자 서울의 한 식당에 갔습니다. 식사를 맛있게 즐긴 친구는 당연하게도 팁을 두고 왔습니다. 미국에서도 서비스를 받으면 늘 그랬던 것처럼요. 친구가 식당에 팁을 두고 온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저는 한국에는 팁 문화가 없으니 앞으로는 돈을 두고 올 필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미국인 친구가 깜짝 놀라더군요.

15512582698286.jpg?type=w1200
미국의 팁 문화

친구는 저한테 물었습니다. “그럼 서비스에 대한 답례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저는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먹었습니다.” 이렇게만 말해도 충분하다면서요. 이 말을 들은 제 친구의 동그래진 눈을 잊지 못합니다. 신선한 충격이었나 봅니다. 팁 문화에 이미 익숙해진 미국인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놀랄만합니다. 직원이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수록 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직원은 팁을 받을 수 없다는, 어떻게 보면 직원의 친절함에 도움이 될듯해 보이는 팁 문화입니다.

99AF97385A9A96AB1B
"감사합니다"라는 말의 가치

그렇다고 해서 팁 문화가 없는 나라들의 서비스 질은 안 좋을까요? 아닙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건네는 것만으로도 그 서비스에 대한 만족감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으며 오히려 직원의 사기를 돋웁니다. 오히려 감사의 표현을 숫자로 변환하는 순간, 즉 돈으로 건네는 순간, 서빙 직원의 서비스는 그 금액에 제한되어버립니다. 소방관이 생명을 구할 때마다 돈을 더 받는 것도 아닌데 직업의 사명감이 높은 건 내적 동기가 있기 때문이겠죠. 미국 서빙 직원도 마찬가지로 고객이 서비스에 대해 감사의 말을 전하면 그것만으로도 일에 보람을 느낄 겁니다.

server_shutterstock_1562166210.jpg?VersionId=TrcN9NoG7rlVVKWWr68NQlOWv48pIKac
'무보수'가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팁으로 5달러를 받는 사람은 계속해서 5달러만큼의 서비스만을 제공하려 하고 그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내적 동기가 형성되기 어렵습니다. 얼마 전 읽은 책의 실험이 떠오릅니다. 인간의 사기를 증진하는 게 돈의 액수와 비례하는지에 관한 실험이었습니다. 같은 과제를 수행하는 대가로 각각 ‘1달러’, ‘10달러’, ‘무보수’를 제공했습니다. 오히려 이 실험은 ‘무보수’로 일한 집단의 과제 수행률이 높았습니다. 오히려 돈이 업무 능률을 저해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미국 고객은 팁을 지불해 더 부담은 부담대로 되는 팁 문화가 긍정적인 결과만 가져다주는지 생각해봐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외국인이 한국 마트가 비싸서 놀란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