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게 살아있는 것

by lee

차가운 피가 흐른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모두가 웃을 때 웃는 이유를 모르고, 모두가 즐거울 함께 즐겁지 못하는 나는, 파란 피가 흐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습니다. 내가 혼자 머무는 것은 나의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혼자 읽고 듣고 쓰며, 나의 시간은 넘쳐나게 풍요합니다.

사람들 속에서 나는 외로움을 느낍니다. 공유하지 못하고 공감하지 못하는 웅성임 안에서 나는 그저 침묵합니다. 군중 안에 있을 때 나는 혼자인듯 합니다. 그것이 나의 외로움입니다.


밤이 오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아침이 오는 것이 무섭습니다.

그런 밤이면 나는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쓰고 울고 싶습니다. 어둠이 나를 집어 삼킬까 무서운 것이 아니라 밝은 세상으로 나가야 하는 것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그건 아마 파란 피가 흐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살아있다는 것이 무미건조하다면 살아있지 않은 것보다 나은 점이 무어일까요.


산다는 것을 의미있게 만드는 것은 살아있다는 사실로는 부족한 듯 합니다.

하지만 한 번 주어진 이 삶을 놓아버리기에는 나에게는 이미 주어진 것이 너무 많습니다. 아니면 이것이 내가 이 생을 즐기는 방식일지도요.


세상을 떠난 이를 기억합니다.


파란 피를 가진 듯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했던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돌아본 기억에 그의 짧은 생에는 모험과 사랑이 있었습니다. 그 모험의 순간들은 짧았지만 주어진 생동안 곰씹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사람이 떠나간 자리에 사랑은 남을 수 없겠지만, 기억으로 그 자리를 대신합니다. 그리고 기억 속에 그는 늙지도 변하지도 않은 채 여전히 순수한 모습으로 살아있습니다.


뜨겁게 살아있습니다.




군중 속에 외로운 것은, 나를 소외되게 하는 것은 현재를 누리지 못하는 나에게 있습니다.


나는 외롭지 않습니다.

나는 이 고독을 사랑합니다.


하지만 이 삶이 지나고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나는 세상에 섞이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스쳐 지나는 면면의 얼굴 중에는 파란피를 가진 이들이 있다는 것이, 그것이 나의 외로움을 달래주기를 바랍니다.


삶을 평가하는 것은 살아가는 동안이 아닌 살아낸 후일지 모릅니다.

가깝고도 먼 날 내 삶을 평가할 때에, 풍요롭다 말하지 못할지라도 그 삶 속에 이겨낼 만한 것이 있었다, 지켜낼 만한 것이 있었다 기억되길 바랍니다.



뜨겁게 살아낸 삶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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