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사람

by lee

나는 쉬운 사람인가요?



쉽다는 단어 자체는 부정적이지 않지만 사람에게 쓰이는 수식어가 될 때에, 이 단어는 다정히 들리지 않습니다.

쉬운 사람. 당신에게 쉬운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



쉽다는 것은 편하다는 뜻으로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편한 것과 쉬운 것은 다른 느낌입니다. 쉬운 사람은 함부로 대해도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저 나의 주관적인 정의이겠지만요.

나의 주변인들 중 쉬운 사람이 있나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런 사람은 없습니다. 예의를 갖추지 않아도 되는 사람은 있을 수 있지만 함부로 하는것과는 달라요. 관계를 진지하게 여기지 않을 수 있지만 함부로 하는 것과는 달라요. 내가 필요할 때에만 찾을 수 있지만 그건 함부로 하는 것과 달라요.


나를 쉽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네, 있는 것 같습니다. 나는 아니야 라고 생각하는 너 일수도 있을 것 같지만 내가 그걸 주장할 수는 없겠죠. 그건 내 생각이 아니니까요. 당신이 아니라고 하면 나는 수긍할 수 밖에요.

나는 누군가에게, 분명히, 쉬운 사람입니다.


쉽다의 반대말은 어렵다 입니다. 어려운 사람. 재미있게도 어려운 사람 역시 매우 긍정적으로 들리지는 않습니다. 가까이 하기 힘들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나의 주변인 중에 어려운 사람이 있나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한 두명이 아니라 꽤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는 어려운 사람으로 여겨진다는 것을 이 글을 쓰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카톡 문자 하나를 써 놓고도 다시 읽어보고 전송을 눌러야 하는, 이 말을 할까 말까 하루 밤을 고민하게 하는, 이런 사람들이 나에게는 어려운 사람들입니다.

나를 어려워 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글쎄요, 떠오르지 않아요. 편안함과 친숙함을 나의 장점으로 꼽아주는 사람들에게 나는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나는 쉬운 사람입니다.

어쩌면 그 역학관계는 내가 만든 것이겠지요. 어렵지 않으면서 쉽지도 않은 사람이 될 수는 없을까요. 나를 쉽게 여기는 사람들을 끊어내면 되는 일일까요.

쉬운 사람이라는 기분이 익숙해지는 것이 싫습니다. 편안한 사람과는 다른 쉽게 여겨지는 기분이 쌓여 나의 존재를 약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당연해져 나를 함부로 대하는 행동과 말에 무디어지는 것이 싫습니다.

나를 쉬운 사람이라 여기게 만드는 사람과 관계맺고 싶지 않아요. 그건 나를 아끼는 방법이 아니예요.

내 얘기는 아닐거야 라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당신의 이야기가 맞을지도 몰라요.


어려운 사람이 되어보고 싶어요.

배려하느라 취하지 않았던 해보지 않았던 사람이 되어보고 싶어요.

그렇지만 나는 그러지 못할 걸 압니다. 어려운 사람이 되는 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쉬운 사람이 되지 않는 건 내가 아니라 나를 대하는 타인에게 달려있는 일 같습니다.

이제는 쉬운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요. 나를 아끼진 않더라도 쉽게 상처주고 아무렇지 않은 듯 돌아오게 하고 싶지 않아요.

내가 쉬운 사람이 되지 못하고, 어려운 사람이 되지 못해도, 그건 내가 할 수 있는 일 같아요.

언젠가 안녕이라고 말할 때 그 이유를 찾는다면, 나는 이 글로 대답을 대신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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