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바보야!
‘바보’는 나쁜 말이지만, 욕에 들어가지는 않을 정도로, 어딘가 귀여운 구석이 있는 나쁜 말 같습니다. 요즘은 바보라는 말을 잘 들어보진 못한 것 같아요. 아이들 사이에서도요.
독일어에도 나쁜 욕들이 많습니다. 돼지야, 바보야, 이런 말들이요. 제가 모르는 더 나쁜 욕들도 많겠죠?
바보를 독일어로는 Dumm 이라고 합니다. 맞아요, 덤앤더머의 그 둠입니다. 같은 라틴계열에서 나온 언어들은 이렇게나 유사한 것이 많아요.
바보라는 말이 그렇게 심한 욕은 아니지만, 성인으로서, 친하지 않은 사이에 Dumm 이라고 부르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에요.
직장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바보야?’ 라는 말을 해본 적이,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최근 그런 경험을 했습니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전화통화로요.
아침에 일어나 세면대 물을 틀었는데 물이 나오지 않았어요. 화장실도, 부엌도요. 건물 아래로 내려가 공지란을 보았습니다. 단수나 공사나 이런 정보들은 미리 공지를 해주곤 하니까요. 하지만 아무 종이도 붙어있지 않았습니다. 몇 시간 뒤엔 변기 물도 내려가지 않았어요.
저는 건물관리소에 전화를 했습니다. 아파트가 드문 독일에서는 건물을 관리하는 Hausverwaltung 이란 사무실이 따로 있어요. 이 오피스에서 건물 유지관리에 필요한 일을 모두 도맡습니다.
Hausverwaltung 에서는 집 주소를 확인하고, 수도관에 문제가 생겨 공사 중이라 물을 쓸 수 없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언제 다시 쓸 수 있냐는 말에는 모른다고 대답했어요. 이것도 사실 황당스러운 말이지만 생각했습니다. ‘그래 그럴 수 있지, 여기는 독일이니까.’
하지만 저의 상식에서는, 관리소에서 수도관의 문제를 인지하고 공사를 시작했다면 적어도 입주민들에게 공지를 해줬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저처럼 이유를 몰라 황당하지 않게요. 그리고 저는 이 부분을 관리인이게 말했습니다.
상황은 이해하지만, 입주민에게 노티스를 해 줬어야 한다.
그의 대답은 멀어서 올 수 없다는 것이었어요.
저는 그건 관리소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저에게 du bist ein Dumm? Das war dummliche ~~~~. (너 바보니? 그건 정말 바보같은 소리야.)
그 뒤로 일이분은 넘게 소리를 지르는 그 사람에게 알겠다라고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어느 부분에서 잘못한 것인지.
혹시 나의 부족한 독일어가 그에게 결례가 되는 표현을 한 것일까. 아니면 나의 요구가 정말 부당한 정도의 것이었을까.
어른이 되고 처음으로 바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사람에게 나는 정말 바보같은 외국인었겠죠.
건강하고 갈 곳이 있는 사람에게 단수는 그렇게 심각한 일이 아닐지 모릅니다. 하지만 거동치 못하는 환자가 있거나, 계단을 걸어내려가지 못하는 사람에게 단수는 생존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물과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건 적어도 그것을 준비할 수 있도록 정보를 주어야 한다고, 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그것이 저의 바보같은 생각이라 할 지라도요.
바보.
낯모르는 사람의 부당한 요구라 할 지라도 그 사람을 향해 ‘바보’ 라는 단어를 뱉을 수 있는 사람과는 상식적인 대화가 가능하리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는 저를 보고 바보라고 했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마음 속으로 *신 *새끼라 욕하더라도 상황을 유연하게 끝내는 사람이, 마음의 말을 모두 뱉어내는 사람보다는 덜 바보 같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