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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U Tris Sep 18. 2024

거리

도전에 관하여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

 정말 그곳에 내가 원하는 것이 놓여 있을까?

 내가 바라고 갈망하던 그 존재가 단순히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존재하는 것일까?

 어쩌면 그럴지도, 아니면 당연히 아닐지도 모르겠다.

 거리라는 것은 상당히 웃기다.

 가깝고 멀고를 정하는 것은 대화의 주체.

 내가 2개의 물체를 비교한다고 했을 때, 하나는 10m 거리, 다른 하나는 20m 거리에 있다고 하자. 후자는 전자보다 멀리 위치해 있다. 하지만 여기에 40m 거리에 있는 물체를 추가한다면? 멀었던 물체가 가깝게 느껴진다. 

 거리는 상대적이다, 물리적으로 이러한데, 정신적으로 심리적으로 본 거리는 어떠할까?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 내가 아주 조금의 도전만 한다면 높은 확률로 성공하는 시나리오.

 가장 안전하면서도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는 상황이다.

 물론 그렇기에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무리 손을 뻗어도 닿을 것 같지 않은 거리, 그 정도는 돼야지 현실 아니겠는가?

 막막할 정도로, 숨이 턱 하고 막힐 정도로 아득하게 먼 곳에서 존재하는, 나의 급으로는 넘어서지 못하는 스테이지가 있는 듯한 거리감.

 그러나 때로 알 수 없는 자신감과 용기는 그저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그 존재가 있음을 느끼게 한다.

 그 착각에 심취하여 손을 뻗으면 나는 어떻게 되는가?

 정답은 낭떠러지이다.

 허나 여기서 나는 한 가지 딜레마에 빠진다.

 상황을 가정하자. 나와 그 존재를 분리하는 거대한 협곡이 있다고 하자.

 나는 협곡 반대편에 있는 그 존재에 도달하기를 원하지만 나의 한 발자국 앞은 나를 집어삼킬 듯 기다리는 암흑뿐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다리를 지어서, 또는 그 존재가 나를 인식하게 해서 양쪽에서 어떠한 방법을 탐색하든….

 현실엔 오작교가 없다. 아니면 나한테만 없는 건가?

 아무튼 그런 상황에서 알 수 없는 것에 심취하여 손을 뻗고 떨어지는 것도 어쩌면 나쁘지 않을 수 있다.

 협곡이 무지막하게 넓기에, 나의 목소리는 건너편에 닿을 일도 없고 다리를 만들어봤자 무너질 것이 뻔하면, 그냥 떨어져도 괜찮지 않을까?

 뭐 그런 딜레마가 있다.

 어차피 안되면, 시도를 해보는 게 나은 것 아닌가──하는 그런 딜레마 말이다.

 혹시 모르지 않는가? 떨어진 줄 알았는데 아래쪽에 길이 있을 지도.

 물론 나는 그저 지켜보기를 선택한다.

 요점은 간단하다.

 불가능을 도전할 것이냐 말 것이냐.

 도전의 기회는 오직 한 번.

 시간이 지날수록 가능성이 어떻게 변할지는 누구도 모른다.

 당신은 그 도전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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