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 일기

0. 시작

by 김도현

사람들은 말한다. 우울증은 감기와도 같은 것이라, 언제든 걸릴 수 있는 마음의 질병이니 내 마음이 아프다는 것을 느끼면 병원을 찾아보라고. 맞는 말이다. 바쁜 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우울감과 무기력함은 쉬이 찾아든다. 나는 그들에게 여건이 된다면 병원 혹은 상담센터를 찾아보기를 권한다. 나부터가 도움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무조건적으로 권하지 않는 것은 여건이 되지 않는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우울증은 정신 질환의 일종이다. 우선 여기에서부터 이 질병에 대해 마음의 거리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점은 제쳐두고서, 각자 우울증에 대한 인식이 어떠한지 생각해보기로 하자. 당신에게 우울증은 어떤 질병인가? 이에 대한 답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감기처럼 누구나 쉽게 걸릴 수 있는 가벼운 병이라고 말하겠지만, 누군가는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무시무시한 병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 4일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발간한 '2021 자살예방백서'에서는 2019년 우리나라의 자살자 수는 1만 3,799명으로 2018년보다 129명(0.9%) 증가하였고, 자살률은 26.9%로 0.2명(0.9%)이 증가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치로, 평균보다 2.1배 높다. 그러므로 둘 중 어느 말이 옳다 그르다 따질 수는 없다. 아니, 둘 다 옳은 말이다. 생각해보면 아주 간단하다. 감기도 심하게 앓는 경우가 있고 가볍게 앓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일반인들에게 있어 무조건적으로 '우울증은 이렇다!'라는 인식은 내 시선에 그다지 좋지 않아 보인다. 물론 우리가 다른 곳이 아플 때처럼 약을 먹고 치료를 받아도 '괜찮다'는 시선은 당연히 필요하다. 적어도 나처럼 부모님께서 걱정하실까 봐, 친구들이 나를 굳이 신경 써서 대하려고 할까 봐 신경 쓰여서 병원이고 나발이고 입 꾹 닫고 지내는 경우는 좀 줄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병원이나 상담센터 방문을 강권하지 않을 것이다. 앞서 말했다시피 그러할 여건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금전적인 사정이 될 수도 있고, 아직 사라지지 않은 사회적 시선이 될 수도 있으며,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개인적인 불안감이 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괜찮다. 당신은 잘못된 길을 걷고 있지 않다. 감기에 걸렸을 때 모두가 병원을 찾는 건 아닌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래? 그럼 병원 안 가도 되겠네!' 하는 마인드를 가지는 건 곤란하다. 웬만하면 찾아가자. 이 세계에는 원래 성질로 되돌아가려는 성질, 관성이 있다. 나는 그것이 애석하지만 사람 마음에도 적용된다고 믿는다. 당장 내 경우에는 병원을 다닌 지 거진 1년이 다 되어가고 있지만 6년이 넘는 시간을 자잘하고 깊은 우울증과 함께한 탓에 다른 증세까지 겹쳐 약을 못 끊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나는 이 책에서조차 이렇게 하면 나을 수 있다, 라는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다. 이 챕터 이후로는 병원에 대해 언급하는 것도 그저 이러한 사례가 주변에 있었다는 이야기 정도로 그칠 것이다. 이 책을 엮기 시작한 것은, 순전히 우울증이라는 병과 우울이라는 감정이 사람들에게 마냥 특별하게 여겨지지 않기를 바라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주 심각하기만 한 것도, 아주 가볍기만 한 것도 아니다. 우울감과 우울증을 우리에게 가까운 감정과 병의 일환으로 받아들이기만 해도 우리 사회는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당장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적 재난 시기로 인해 사회 전반의 우울감 또한 증가하고 있으니, 나는 이러한 인식 변화는 꼭 필요하다고 본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이 주제를 다루는 것이 두렵기 때문에, 앞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길은 내내 더딜 것이다. 내가 이 책을 다 집필하기 전에 우울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달라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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