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계가 고장난 줄 알았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이 아주 조금씩 빠지긴 했었다. 그저 피로 때문인 줄 알았다. 연애를 시작하며 살은 급격히 더 빠지기 시작했다. 이것 또한 '이전보다 소식을 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하며 다른 곳에서 이유를 찾았다. 하지만 체중계에 올라갈 때마다, 이전보다 조금 덜 먹었다는 이유로는 설명될 수 없을 정도로 줄어든 체중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체중계가 고장 난 줄 알았다. 심지어 과식을 하던 시기에는 '드디어 체중이 불어나있겠구나' 하는 각오로 체중계에 올랐으나, 더더욱 감량된 체중을 확인하고 눈을 의심했다. 좋다는 기분보다는 황당하고 놀라운 감정이 더 컸다.
동시에 너무 목이 말랐다. 항상 목이 말랐다. 이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갈증이었다. 목이 말라서 콜라 같은 음료를 먹으면 일시적으로는 갈증이 해소되었지만 더더욱 극심한 갈증이 찾아왔다. 그래서 화장실도 자주 갔다. 이러한 내 모습에도 특별히 큰 병을 의심하지는 않았다. 다만 엄마가 그 모습을 보고 걱정을 하셨을 뿐이다. 계속해서 냉장고를 열고 물통째 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모습에 얼마나 걱정이 되셨겠는가. 참고로, 극심한 갈증을 느끼는 상태로 마시는 물은 꿀처럼 달다. 은유적 표현이 아니라, 말 그대로 달콤하고 그 정도는 상당히 강하다.
너무나 급격히 빠진 살 때문에 옷이 헐렁해졌다. 이전에 고군분투하며 다이어트를 해도 허사로 돌아갔는데, 별 노력 없이 얻은 엄청난 감량에 어안이 벙벙했다. 성인 이후 다시 처음으로 날씬해진 체형이었다. 하지만 증상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고, 인터넷으로 검색해 본 결과 당뇨병과 증세가 유사했다. 당뇨병이라는 병명 자체는 익숙했지만 정확히 어떤 병인지는 잘 몰랐다. 엄마의 손에 이끌려 결국 병원에 갔고, 손가락을 체혈기로 찔러 혈당을 쟀다. 그 바늘과 피조차 너무 무서웠다. 당화혈색소 검사를 했고, 결과는 10프로대였다. 의사는 1형 당뇨병을 의심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대학병원에 가야 한다고 했다.
당시에는 당뇨병이 1형/2형으로 구분된다는 것도 몰랐다. 간략히 적자면, 흔히 말하는 성인병인 당뇨병은 2형 당뇨를 말하는 것이다. 1형 당뇨병은 희귀 난치성 질환으로, 식생활과 관련 없이 췌장 기능 이상으로 발병되며, 주로 어린 연령대에서 발병한다. 그래서 소아청소년 시기에 발병한 환자가 많다. 병의 기전도 완전히 다르지만, 병의 중증도도 압도적으로 높다. 아무래도 병명 때문에 병의 중증도나 생활습관에 대해 오해를 받는 경우가 많다.
참고자료: https://namu.wiki/w/1%ED%98%95%20%EB%8B%B9%EB%87%A8%EB%B3%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