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원로원, 욕

by Josh

나는 일장 연설을 한다. '작금의 우리 상황은 알다시피 절망적이야. 코 밑까지 차오른 낮은 천장 아래의 차갑고 검은 물 속에서 목표도 없이 걷고 있다구. 차라리 위로는 뻗으면 사라지는 과일나뭇가지와 아래는 마시려하면 사라지는 물이 있는 시시포스보다도 고약한 상황이지. 그러나 일단 심연 속 심연이라 할지라도 일단은 심연 밖 심연으로라도 나갈 방법을 구안해야 해. 문제의 원인의 원인부터 침잠해봐야 한다구.'


그러자 여러 의식의 조각들 중 하나가 반문한다. '선생님, 근데 저희는 이대로 죽어버리면 편한 거 아닌가요' 그러자 주위의 의식의 조각들이 '그렇지, 그렇지'하며 원로원 의원처럼 수긍한다. 나는 얼굴이 약간 빨개지고 죽음의 색을 닮은 입술을 두어번 씹고 말한다. '그렇다면 외동인 우리의 상속 재산이 너희가 그토록 경멸하는 멍청하고 오만한 사촌들의 불로소득이 되어도 상관없단 말이냐? 의식이 사라질 즈음 그 상념이 떠오를 텐데 그래도 괜찮단 말이냐?'


자살한 학부 선배를 닮은 의식의 조각이 악에 받쳐 외친다. '그건 절대로 안될 일이야. 우리는 상속을 받고 그놈들의 손아귀에서 멀리 자산을 처분할 때까지는 바퀴벌레처럼 살아내야 한다' 그러자 의식의 조각들은 '그렇지, 그렇지'하며 수긍한다. 일부 조각들은 그 리듬에 맞게 지팡이를 두드리기까지 한다. 이윽고 나는 갑자기 피로해지고 약을 먹고 잠이나 잘 충동에 굴복하여 '그래, 그렇다면 결론은 유예야'라고 서둘러 말하고 급히 자리를 뜬다.


나의 머릿속에서 주로 떠도는 언어는 씨발, 좆같네, 좆까, 병신, 쓰레기 등의 단어이다. 나는 이 양이 너무 많은 나머지 뇌 속 일련의 언어들이 마치 보이지 않는 수증기가 압축되어 물방울이 되듯 유형의 고형분을 이루지 않을까 순간 걱정이 들기 시작한다. 일단 형체를 이루면 그것은 코로 나오거나 귀로 굳어 나오지 않는 한 어떤 제거시술로 제거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 멍청한 마음으로 나른하게 뇌과학을 뒤적거리다가, '아무렴 어때. 그건 내 생각의 결과물이고 나는 그걸 담담하게 받아들일 거잖아'라고 자위하고 다시 썩은 생선의 눈을 하고 사물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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