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담배

by Josh

지금껏 나는 실재하는 담배를 명징하게 불을 붙이고 피워본 적이 없으나, 심상으로서는 폐암으로 죽은 지금까지의 사망자들 누구하나 못지않을지도 모른다.

담배라는 단어 자체가 누군가의 입에서건 발화하거나 활자로 존재하는 걸 볼 때면 잎을 말려 말아둔 풀 막대 그 이상의 안온한 인상을 뇌리에 남긴다. 저명한 독일어 통역자를 대동한 비트겐슈타인이 무덤에서 나와 나를 설득해도 그 울림과 활자는 그 풀막대 그 너머의 어떤가를 나에게 늘 투사한다. 타바코, 담바고, 시가렛, 어떻게 불려도 각각의 울림은 얼마나 특별하고 눅진한지! 모르는 언어로 명명된 인명들을 듣기만 해도 아, 이 사람은 남자겠다, 이 사람은 여자겠다, 대강 구분지을 수 있는 원초적인 무언가가 그 단어들, 특히 담배라는 단어에는 들어있다.


애증의 아비는 내가 잉태된 것을 확인하자마자 어떤 결심의 전조나 준비없이 금연했다. 그건 그다운 지독하고 비열하고 냉혹한 방법이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그는 나에게 금연을 명할 정당성을,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약삭빠르게 획득하고 그 권리를 행사했다.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그리고 흡연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이 두 개의 선택권에만 그는 저주같은 결정권을 행사했다. 그밖에 내가 원하는 것들은 대체로 그의 손에 이루어졌다. 그는 카라마조프 같기도 하고 고리오 영감 같은 면도 동시에 있다. 그러므로 나는 그를 애증의 애비로 부른다.


검지와 중지 사이에 긴 원통을 끼우고, 그것을 물고 깊숙이 내쉬었다가 내뱉어 나와 퍼지는 반투명의 연기는, 퍼져나가기 전이면 전일수록 내 속을 거푸집으로 해서 본을 뜬 내 오장육부의 석고에 가깝지 않을까. 니코틴이 주는 화학적인 반응으로 오는 정신적인 만족감은 둘째치더라도 나의 속을 본뜬 것이 퍼져가는 것을 보며 나는 일종에 명상에 잠길 것인데, 그건 얼마나 정신에 이롭겠는가.


그러나 담배가 신대륙의 인디오들의 전승에서 탈출해 세상에 존재한 수십억며의 내장을 훑게된지 오백년이 안되어 담배는 얼마나 탄압을 받고 있는지. 미군들은 씹는 담배가 담긴 구두약통 같은 것을 잇몸으로 빨아들이고 빈 생수통에 갈색 침을 모으거나 독사처럼 찍찍 뱉어내고, 그밖의 불쌍한 이들은 파스처럼 니코틴 패치를 피부에 붙이기도 하고 이제는 술탄이 했던 것처럼 증기를 마시고 끓는 라면냄비에서 나는 김처럼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을 뿜어낸다. 담배의 암향을 남긴 자는 사무실에서건 집에서건 야만인 취급을 받기 일쑤이고, 국가는 자신들이 파는 담배를 사서 피우는 것을 여러가지로 박해한다.


그래, 국가. 특히 우리 국가는 다른 여러가지 비열한 짓들과 더불어 담배에 관해서도 저열한 짓들을 골라 해오고 있다. 국민의 건강을 위하는 척 담배에 과세하고, 담배 개비에 들린 세금의 무게를 감내하며 불을 붙이거나 증기를 끓이는 사람들에게 온갖 장소의 박해를 하고, 이를 어기면 과태료까지 징수해가는 것이다. 만국의 흡연인들이어 분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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