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온수를 틀고 생각없이
귀찮아하며 그날의 샤워를
그 과업을 위해 입욕
틀어둔 노래는 너바나
아, 낭패다, 샴푸통
오늘은 꼭 새거를
가지고 문지방을 넘었어야지
사채의 상환 연기를
애원하는 사업 실패자처럼
빈 샴푸통을 들고서
나는 샴푸통에게 비는거야
오늘만, 오늘만 봐달라고
다음에 새걸 가져오겠다고
그러면 미국에서 직구해온
파란 샴푸통은 샴푸향나는
한숨을 샴푸향나게 쉬고는
이번만이다, 나에게 말하곤
속의 내장을 쥐어짜서
마지막 기회를 주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