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프로작, 광대, 고독사

by Josh

미국에서는 미국인들이 프로작을 남용하는 바람에 체외에서 배출된 남은 프로작이 하수로 흘러들어가, 그걸 먹은 물고기나 양서류가 쓸데없이 용감해진다고 한다. 그런 나머지 포식자들 앞에서마저 용감하게 맞서버려서 먹혀버린다고 한다. 나는 프로작을 먹어도 용감해지지는 않았다.


그래서 아직 먹히진 않은 걸지도 모른다. 어쨌든 나는 요즈음에는 프로작을 포함한 어떠한 약도 먹지를 않는다. 고교시절 이후로 나는 약을 먹었다 먹지 않았다 한다. 먹어서 용감해질 수 있었다면 의사 말 듣고 꾸준히 다녔을 텐데. 아니, 비보험으로 다니는 약값이 아닌 보험적용을 받는 약값이었다면 그 정도 값어치에 만족하고 성실하게 다녔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먹든 안먹든 결과는 같았을 것이다. 권태롭게 일을 하고 잠을 자고 죽음에 대해서 실없이 떠들기. 딱 거기에 수렴했을 것이다. 마치 지금의 나처럼 말이다.


아직 이번달에 웃고 떠들고 박애주의자인척을 하며 광대 노릇을 할 일정이 너댓개는 남았다. 세상에, 사이코들은 얼마나 많은지. 누구보다 염세적이고 냉소적인 내가 기만스럽게 그런 광대 역할을 하고 있는 걸 요조가 다케이치에게 걸린 것처럼 누군가는 알아차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나는 어설퍼서 반드시 내가 가증스러운 연기를 하고 있다는 걸 알고 나를 비웃는 인간들이 있을 것이다.


담담히 그걸 받아들이려다가도 그것에 대해 생각하면 사실 여간 소름끼치는 게 아니다. 분명히 시간이 지날수록 내 연기를 알아채는 사람은 늘어날 것이고 내 관객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그때쯤엔 차라리 잘됐다고 느끼고 조용히 은퇴하고 음울하고 누구도 가까이하고싶지 않아하는 나 자신으로 돌아간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을 텐데.


월 백이면 되려나. 제일 값싼 고시원에 들어가 하루종일 관짝 같은 방에 시체같이 누워있는 생활을 무기한으로 하기. 하루종일 누워 웹상에 폭식증처럼 영양가없이 읽을 거리를 강박적으로 탐하다가 포르노그라피로 값싼 도파민을 채우고 배가 고프면 고시원 라면으로 떼우고 문득 우울해시면 그걸 핑계로 편의점에서 술이나 사마시고 자는 거다.


그렇게 살고 살다가 병이 들고 죽으면 썩어서 곤죽이 될때쯤 방세를 독촉하러 온 고시원 총무에게 발견되어서 구청에서 무연고 사망자가 된 나의 시체를 장사지내면 그만이다. 덧없고도 덧없다. 그런 삶을 상상하고 아늑함마저 느끼는 내 일상이 애달프고도 애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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