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타임어택

by Josh

퇴근하고 집에 와서, 파스타 물이 끓기를 기다리며 이 글을 쓴다. 오늘의 글은 물이 끓어오를 때까지만. 페투치네라서 면을 넣는 순간부터는 계속 저어줘야 하니까. 타임어택이라면 타임어택인데, 나는 타이핑이 빠른 편이라 일단 써본다.

아직은 배가 고프지 않다. 이상하게도.

오늘은 하루 종일 시끄러웠다. 한쪽에서는 A를 해달라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제발 A를 하지 말라고 한다. 어느 쪽을 택해도 둘 다 나를 싫어하게 되는 구조. 이런 일을 한다. 감정이 섞이면 진다고, 나는 늘 그렇게 넘겨왔다. 그냥 속으로 한마디 하고 말았다. 그런데 오늘은 일이 많았고, 잠깐 방심했고, 감정이 섞였다.

그래서 빨리 집에 오고 싶었다. 달군 팬 위에 기름을 두르고, 마늘을 넣었을 때 나는 소리와 냄새를 떠올리면서. 그것만 생각했다.

술 마시자는 연락이 하나 있었는데 넘겼다. 오늘은 마시면 울 것 같아서. 나는 술버릇이 없는 게 좋다. 그걸 잃고 싶지 않다.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약국에 들러 박카스를 샀다. 슈퍼보다 센 걸로. 몇 개는 나눠주고, 거의 한 박스를 혼자 마셨다. 예전부터 카페인을 과하게 먹는 편이었다. 에너지 드링크를 하루에 몇 캔씩 마시고, 커피를 물처럼 타서 마셨다. 몸이 아프기 전까지는 멈추지 않았다.

오늘도 비슷했다.

나를 괴롭히는 방식은 대체로 이런 쪽이다. 겉으로는 멀쩡하고, 안쪽만 조금씩 망가지는 쪽.

여행을 하나 취소해 둔 게 있다. 아직 회사에는 말하지 않았다. 마음이 바뀌면 다시 갈 수도 있으니까. 오늘 문득, 그 일정에 엄마랑 나가사키에 가면 어떨까 생각했다. 엄마와 아빠는 신을 믿는다. 나도 믿었고, 지금은 믿고 싶다.

나가사키에는 성당들이 있고, 남아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죽은 사람들의 이야기들도. 온천도 간다. 물속에서, 오래전 사람들이 어떻게 죽었는지도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래도 가보고 싶다. 신이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어디로 가게 되든.

…닥터페퍼가 다 떨어졌다. 마지막 캔이었다.

물이 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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