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일기

by Josh

얼마나 게을러진 건지 일주일 전 배송 온 새 스마트폰을 박스도 뜯지 않고 있었다. 오늘은 도무지 가기 싫은 마음에 술자리도 양해를 구하고 가지 않았다. 회신해야 하는 편지들, 메일들이 한무더기인데 손가락 놀리는 것마저 귀찮아 그저 두고 있다. 조건만 허락한다면 몸에 이끼가 앉을 때까지 자빠져서 멍 때릴 수 있을 것 같다. 아, 회사는 다니고 있다. 역시 사회는 무서운 곳이다.


어제는 소돔과 고모라 같은 역겨운 파티를 친구와 즐기고 돌아가는 전철에 몸을 실었다. 모태신앙은 내가 악마주의 교단에 끝내 발을 들여도 나를 옥죌 것이다. 우리 앞으로 세 명의 소녀들이 앉았다. 하느님과 성서 이야기를 하고 팔찌는 무슨 신앙대회의 것이었다. 충만해 보였다. 내가 재주가 있었다면 재빨리 그림으로 옮겨서 걸작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신비주의 브라질 책팔이의 표현대로라면 그건 '지표'일 거라고 친구에게 말했다. 친구는 그건 확증편향이라고 말했다. 아마도 친구의 말이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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